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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아버지 같은 카리스마 없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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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끌었던 백종천 전 국가안보실장,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왼쪽부터)이 5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남북 관계 해법 등을 놓고 환담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핵무기로 미 본토를 타격하겠다니…. 저 사람(북한)들 제정신인지 모르겠어요.”(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군사훈련을 빌미로 개성공단 문을 닫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수그러진 기분 나니까 새로운 걸 또 해 보려는 거죠. 이제 갈 데까지 갔으니까….” (백종천 전 국가안보실장)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의 골격을 세웠던 핵심 인사 3명이 지난 5일 본지 취재진과 마주 앉았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조언을 담은 공저 『한반도 평화의 길』 출판을 계기로 북한 도발 위협 국면을 진단해 보기 위해서다.

 재임 시절 지나친 북한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았을 정도로 북한에 우호적인 이들이지만 북한의 극렬한 대남 도발 위협엔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행동에 대해 김만복 전 원장은 “핵과 미사일을 자꾸 꺼내 보여 주려 하는 심리가 엿보인다”며 “아버지(김정일)와 같은 카리스마가 없으니 과장된 행동으로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1차적 원인이 김정은에게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정 전 장관은 “지난해 북·미 2·29 합의(북핵 동결과 미국의 식량 지원) 이후 일이 꼬였다”며 “아무리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4월 15일) 때 로켓을 쏘고 싶었다 해도 김정은이 참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내심을 갖고 협상을 했으면 좋은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백 전 실장 역시 “미국이 최근 들어 대중 견제와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 차원에서 부쩍 대북 억제에 공을 들였다”며 “그런데 김정은이 빌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로 치닫는 개성공단에 대해 김 전 원장은 “2000년대 초 개성공단 조성 때부터 쌓인 북한 군부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며 “이 문제는 정치가 아닌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전 장관은 “공단이 난리가 났는데, 국방부의 ‘인질 구출’ 작전 얘기만 들리고 통일부가 보이지 않는다”고 통일부의 소극성을 지적했다.

 세 사람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과 10·4 선언을 이끌어 낸 당사자들이다. 10·4 선언과 관련, “대북 퍼주기로만 끝나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지적엔 일제히 반박했다. 오히려 이명박(MB) 정부의 실책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MB가 계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책상 위에 놓고 보기만 했어도 남북이 이 정도로 꼬이지는 않았다”며 “쓰레기통에 넣어 버리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김 전 원장은 “북핵 해결 로드맵이나 미국 중재의 평화협정 체결 등 좋은 내용이 많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대해 이들은 “현장에 있던 우리 셋의 말은 듣지 않고 그런 주장을 한 정문헌(새누리당) 의원 말만 믿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MB 정부가 없앴던 국가안보실을 부활한 건 잘한 일이다. 북한이 출구를 찾을 수 있게 유도하는 전략을 준비할 때”(백 전 실장)라고 강조했다.

글=이영종·정원엽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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