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중독자만 모아 1박2일 ‘우유주사 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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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유도제 프로포폴 중독자들을 상대로 의료행위라기보다는 사실상 ‘우유주사’ 장사를 해온 서울 강남 일대 의사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일과 후나 휴가철에 병원 문을 닫고 이른바 ‘포폴(프로포폴) 데이’를 지정해 중독자들에게 1박2일 동안 ‘우유주사 파티’를 열어주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성진)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문모(35)씨 등 강남 일대 병원 의사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나머지 의사 2명과 간호조무사 1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병원을 인수한 뒤 의사를 월 1000만원에 고용해 전문적으로 프로포폴 투약 사업을 벌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 경모(38)씨와 투약자 11명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문씨 등 의사들은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2011년 2월 이전부터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해 왔다. 마약류 지정 이후에도 올 1월까지 의사별로 적게는 43회에서 많게는 360회나 불법 투약했다. 이들은 대부분 전문의 자격증 없이 ‘~클리닉’ ‘~의원’ 등의 이름으로 성형외과·피부과 과목을 진료해 왔다. 중독자들 사이에서는 ‘수면마취 전문병원’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들 병원에서 1년간 쓴 프로포폴 양은 규모가 비슷한 일반 병원의 10배에 달했다. 검찰 관계자는 “병원 2곳을 조사한 결과, 연간 1만여 병(10만ml)의 프로포폴을 소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주 고객층은 프로포폴에 중독된 유흥업소 종사자들이었다. 속칭 ‘텐프로’ 업소에 다니는 여성들은 한 달에 1000만~2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모두 프로포폴 주사비로 쏟아붓고도 모자라 1인당 수천만~수억원대의 빚을 진 상태였다.

 중독자들은 한 병(10ml)당 10만원선에 파는 프로포폴을 하루 2~10차례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예 간호사에게 체크카드를 주고 한 번에 수십만~수백만원씩 현금을 뽑아 가도록 맡겨 두기도 했다. 병원들은 차명계좌를 이용해 텔레뱅킹으로 돈을 송금받는 등 철저한 ‘현금 장사’를 고수했다. 검찰이 병원 한 곳의 차명계좌를 분석한 결과 다섯 달 동안 입금된 금액만 1억3000만원에 달했다. 검찰은 투약자들이 “통상 판매금액의 30% 정도만 계좌로 입금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실제 수익은 병원당 수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의사들은 검찰 조사에서 “형편이 어려워서 벌인 일”이라며 대부분 혐의를 시인했다. 의사 문씨는 프로포폴 대용으로 전신수면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300만원에 판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은 유흥업소 종사자들과 함께 대마초를 나눠 피운 의사 노모(33)씨도 재판에 넘겼다.

 앞서 검찰은 이승연(45)·장미인애(29)씨 등 여성 연예인들에게 프로포폴을 공급해준 의사 2명을 같은 혐의로 기소했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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