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통화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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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3 대통령선거가 차츰 가열되면서 경제적인 부작용이 노출되기 시작하여 이대로 간다면 「인플레」를 격화시키지 않겠는가 염려되고 있다.
지난 7일 현재 화폐발행고는 4백82억원으로서 3월말보다 21억원이나 증가한 반면 일반은행 총예금은 5일 현재 9백98억원으로 줄어 5일간에 67억원 감소했다 한다.
이러한 예금감소와 화폐발행고의 격증은 선거에 따른 일반적인 현금수요의 증가에 기인되는 것으로 해석되며 특히 각종 건설사업이 조기 집중적으로 추진되기 때문이라고 평가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정치적으로는 이러한 추세를 누를 수 없지 않겠느냐 하는 현실론이 성립될 수 있겠으나 경제적으로는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하겠다.
앞으로 치러야 할 대통령선거와 그에 이은 총선거에서 정치적으로 불가피하다고 하여 지금처럼 통화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경제행정은 완전히 공백상태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이러한 공백기간 동안에 형성된 혼란요인이 일단 현재화한다면 오랜 수급기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며 그 때문에 시간과 자원을 크게 낭비한다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선거기만 되면 행정상의 공백이 생기고 이를 상인들이 이용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으로 되고 있다는 것은 유감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번 선거도 이러한 관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을 다같이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미 면사값 의약품값 쌀값 그리고 각종 부식료품값이 등세를 보이고 있어 선거가 끝나면 시민생활은 더욱 압박 받지 않겠는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인데, 이런 심리적 상황에서 통화관리를 지금처럼 소홀히 한다면 화폐적으로 그러한 심리적 상황에 부채질하게 되고 그 때문에 「인플레」를 격화시킬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플레」가 완만하나마 지속되고 있어 환율과 물가간에 「갭」이 생겨 수출신장에 지장을 주고 있으며 물가와 임금수준문제, 농지가 문제 등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어 경제적인 정비작업이 불가피한 현실인데 선거기간 중에 통화관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면 그나마 안정하에 성장을 이룩했다는 그동안의 성과를 허물어뜨리고 재정비를 위한 막심한 진통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선거라는 일시적 행사를 위해서 경제적 혼란과 후퇴를 자초하지 않고 계속 안정과 성장을 추구할 수 있도록 행정상의 공백을 노출시켜서는 아니 되겠으며 경제정책은 언제나 정상적으로 집행 운영되어야 하겠음을 특히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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