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끼리’ 회원 9001명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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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해커그룹인 어나니머스(Anonymous)가 북한의 대표적 대남 선전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빼낸 회원 명단을 4일 공개했다. 이 리스트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중엔 국내 대형 포털의 e메일이나 주요 대기업의 e메일을 회원 가입에 사용한 경우도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2004년 불법 유해사이트로 분류돼 회원 가입은 물론 접속도 불가능하다.

 일부 네티즌은 공개된 명부를 친북 성향의 정당·단체에 소속된 ‘종북 명단’이라고 주장하며 공개적으로 신상을 파헤치고 있어 갈등과 반발이 예상된다. 이날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리스트(9001명)엔 이름은 물론 사용자 아이디(ID)와 성별, e메일 주소, 생년월일, 비밀번호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naver.com’ ‘@daum.net’ 등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 e메일을 사용하는 사용자도 적지 않았다. 또 삼성과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e메일 주소는 물론 중앙·조선·동아일보 등 언론사 e메일로 가입한 경우도 있었다.

 어나니머스는 이날 텍스트파일 공유 사이트인 ‘페스트빈’을 통해 “어제 사이버 전쟁을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새로운 위협을 가했기 때문에 이 정보를 공개한다”며 “이 정보는 중국에 기반을 둔 북한의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기록”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회원 명단이 맞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수성향 단체 소속 네티즌 등은 “이름과 e메일 주소, 생년월일을 조합해 보니 통합진보당원, 민주노총 임원 등의 신상과 일치한다”며 특정 회원의 신상을 인터넷 등에 공개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종북 리스트가 공개됐으니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촉구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러나 “네이버의 경우 실명이 아니더라도 가입이 가능해서 네이버 e메일을 사용한 사람이 반드시 한국 사람이라고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기업 관계자도 “이름과 아이디, e메일 주소 등이 실제 근무하는 직원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외부에 괜한 의혹을 사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이정회 공안 2부장은 “이적 사이트라 하더라도 이적 표현물을 직접 올리거나 이적 공조활동을 통해 북한을 돕는 활동을 해야만 혐의 입증이 가능할 것”이라며 “사이트 가입 자체만으론 국보법 위반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접속이 되지 않는 상태다.

 한편 어나니머스는 2일(현지시간) 북한 정부에 ‘사이버 전쟁 임박’을 천명하며 북한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와 정부 인트라넷을 무력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김정은 위원장의 사임, 북한에 자유민주주의 체제 도입, 핵무기에 대한 야망 포기, 국민에게 보편적이고 검열 없는 인터넷 접근권 제공’ 등을 북한에 요구했다. 어나니머스는 “우리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처음엔 데이터를 지우는 수준으로 그칠지 모르지만, 그 다음에는 ‘독재 정부’를 지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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