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화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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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주=공화·신민 양당은 지난 1일을 기해 지방유세에 나섬으로써 본격적인 집권경쟁에 돌입했다. 공화당의 김종필 당의장은 포천을 시발점으로 기호지방을 누비면서 남진, 신민당의 윤보선 대통령 후보와 유진오 당수 등 유세반은 광주를 기점으로 호남·영남의 중소도시를 파고들었다. 유세전이 가열화하면서 공화·신민 양대 당을 비롯한 각 당이 지닌 성격이 부각되고 있다. 젊은 교수진을 통해 「5·13 집권가도」를 달리는 각 정당의 체질을 분석해 본다.
「민족」 「민족적 이익」 「주체성」 등의 논쟁점을 국내로 끌어들여 한국적 혁신의 전개를 바랐던 공화당은 63년도의 대통령 선거에서 일반유권자의 예상과는 달리 근소한 차이로 집권당의 좌에 올랐다.
군정의 여세가 아직도 살아남아 있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거니와 63년도의 선거 쟁점이 유권자의 「새디즘」적인 심정에 자극을 주었다는 점에서 그 근소한 차이의 선거결과는 집권당으로 하여금 집권태세에 있어서 긴장케 했고, 반면에 야당에 있어서는 집권을 위한 도발적인 동기를 길러내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을 위한 명분으로서의 「근대화」를 포기할 수 없었던 공화당은 집권초기부터 67년도의 선거를 위한 태세를 갖추지 않을 수 없는 당 생리를 지니게 했다. 「5·16」이라는 일련의 사태를 「근대화」작업으로 대치하여 그 작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재집권하지 않을 수 없는 정당의 심리과정이 가로놓여 있는 것이다.
그 심리과정의 표상은 67년도 대통령선거의 서전에서 그 구체면이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면은 63년도에 갖추어진 태세와 67년도의 선거과정간에서 빚어지는 정당정치 실제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그것을 한국의 후진적인 정당정치의 명분과 권력의 물리적 측면의 모순이 빚어내는 변형의 반대적인 양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한 양상은 공화당의 대야당 관계에서 더욱 왜곡되지 않을 수 없는 객관적인 면이 있으며, 그것은 집권당으로서 스스로 품어야 할 고민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즉 선거쟁점 이전의 문제로 또는 그러한 쟁점의 잠재적인 여건으로 정당의 행태에 대하여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과 관련하여 먼저 들어야 할 것은 63년도의 선거결과가 굳혀놓은 공화당의 생태문제이다. 첫째로 정치적 명분으로 표현되는 「근대화」 작업이 이룩한 업적과 성과에 대하여 야당의 대여투쟁이 전적인 부정의 논리로 대결하게 된 데서 오는 왜곡의 반사적인 행태이다.
공화당의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업적」의 실질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한국과 같은 후진적 상황에서는 그러한 야당의 투쟁방식은 집권당으로 하여금 권력정치 관계에 있어 욕구불만에 의한 불합리한 과격적인 강력정치에로 인도하는 결과를 가져 올 가능성을 지니게 할 것이다.
둘째로 공화당이 「5·16」으로부터 「근대화」작업을 위한 정책대립과 그 실지에 이르는 과정에서 처리하지 못한 「한국적인 혁신」 또는 「정치풍토의 개선」은 대야당 관계의 차질을 방대한 공화당의 당 조직안으로 이끌어 들여 온 결과에 이르렀다. 이 점에 관한 한, 국회의원 선거전에 들어서서 구체화되리라고 느껴지는 잠재적인 요인이다.
셋째로서 위와 같은 선거쟁점 이전의 여러 문제가 거의 비관적이었던 「야당통합」의 성공에 의하여 더욱 자극적인 것이 되었다. 공화당에게는 야당통합의 현실화는 선거전을 위한 사전계획 이외의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예상을 뒤엎은 야당통합은 공화당의 대선거전략을 급선회시킨 것이다. 여기에 한국정치사상 그 체계적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자신만만하던 공화당이 조바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고, 지방유세에 있어서 원래의 선거전략을 일탈하는 사례를 가져오게 한 심리적인 동기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쟁점 이전의 여러 문제는 이미 공화당에는 사전계획을 수정할 수 없는 현실로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그 사전계획의 부분적인 수정에 의한 선거전략의 차질, 특히 선거서전부터의 격렬성으로 노정되고 말았다. 그러한 격렬한 심리적인 잠재성을 달래기 위한 선거전력은 「공명선거」 「정책대결」 「업적의 평가」 또는 「전진과 수구의 대립」 등의 거점으로 회전되게 되었다.
따라서 공화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업적의 평가」는 관념적인 한국국민의 정치적 사고에 있어서의 허점을 노리는 대야당 투쟁의 변형인 것이다. 또 사실에 있어서 「증거제시로서의 선거전략이 있어 본 적이 없는 한국정치 상황에 있어서 이점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의 실제를 「업적」만으로 달랠 수는 없다. 여기에 어느 정도 향상된 유권자의 정치의식을 「정책대결」이라는 정치행태로 몰고 감으로써 원내 대야관계에서의 기선의 제압을 또다시 선거과정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업적=정책」의 사고를 국민들에게 길러 주려고 한다. 한국의 정치상황처럼 국민의 사회생활의식의 수준에 있어서의 정책적 지반이 황무지인 여건에서는 기선의 제압이 집권당 성공의 관건이 되어왔고 또 그것으로서 「득」을 본 공화당은 「정책」적 표현이 생리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 그 실효를 거두었다고는 볼 수 없는 「전진과 수구」의 장기정책은 방대한 조직에 있어서 구체화하기 어려운 대내적인 갈등의 생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창당이념의 변질의 도와 정치현실 간에서 빚어지는 대외적인 갈등의 심도가 어떠한 양상으로 굳혀지느냐의 문제점이 이번 선거과정에서 대외적인 생태의 표상으로 나타나리라 본다. 물론 당 경력과 충성심의 기준으로서 국회의원 공천작업의 막을 내렸으나 그것이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어떻게 조직화되느냐에 따라 공화당의 생리는 그 모습을 갖추게 되리라 본다. 또 그것은 당 체제와의 관련에서도 큰 뜻을 가지는 측면일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특징이 될 수 있는 생리는 아직 굳혀지지 않았다. 그러한 생리가 굳혀지기까지에는 정치적 「쇼맨쉽」이 불가피할 것이다. 문제점은 그 「쇼맨쉽」이 어떻게 그 합리성을 가지느냐 또 그 합리성은 「정책대결」과 어떻게 일치를 이루느냐에 따라 한국적인 정당정치의 교착상태를 탈피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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