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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달은 친족 살해 그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요즘 도하 각 신문에서는 끔찍한 살인사건이 연달아 보도되고 있다. 부자 또는 형제간 살인 사건·소실에 의한 지덕영씨 피살사건 등은 서양 사회에 보다 동양 사회에서 훨씬 크게 사회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그것은 즉 유교사상에 바탕을 둔 우리 동양 사회에서는 우선 그 가족 구조에 있어서 서양 사회에서와 같은 개인을 중심으로 한 횡적 유대보다는 종적 유대의 강화가 전통적으로 하나의 「프라이드」와 함께 유지되어 왔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과거에도 가족들 간의 살해 사건이 간혹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특히 지난번 송천동 살인 사건이 크게 「클로스·업」 된 이유의 하나로서는 또한 살해자인 형이 이른바 우리 나라 일류교를 거친 최고 학부 교육을 받은 자라는 점과 아울러 피살자인 동생이 현대 정신의학으로서도 항상 논의 대상이 되어 있는 문제아로서 성장된 성격 장애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두 가지 점은 정신 위생학적 견지에서도 몇 가지 문젯점을 제시한다.

<일찍 아버지 여의고 12세 때까지는 방황>
정신병 예방 내지는 건전한 정신위생을 위해서도 생후 2∼3세 부터 6∼7세까지가 가장 중요한 시기임은 현대 정신 의학에서 인정한 바다. 특히 6∼7세 되면 남아는 아버지에게, 여아는 어머니에 대한 강한 동일 현상이 일어난다. 간추려 말하여 남아의 경우 소위 「우리 아빠 최고」 의식이 들면서 밖에서는 비록 지게를 질 망정 아버지의 모든 것이 훌륭하기에 「나도 커서 아버지 같이 되자.」는 경향을 말한다. 그러기에 만약 아버지가 없는 경우 그들은 심리적으로 「아버지 대신」을 갈구함도 이미 인정된 사실이다. 신문 보도에 의하면 죽은 동생의 경우 아버지는 전년에 죽었고 다음해 6.25동란 때는 온 가족이 살기 위해 피난 갔으나 죽은 동생만은 다리병 때문에 할 수 없이 가족과는 헤어지게 되고 친절한 경찰에 맡겨지게 된 채 열 두살 때까지 지내게 되었다 한다.

<13세 때에 이미 문제아 가족의 소홀한 관심>
사유야 어찌 되었건 정신과적으로 볼 떄 만약에 죽은 동생이 그때 심리적으로 죽인 형은 「아버지 대신」으로서 동일시 형성 과정에 있었다면 그때에 느꼈을 의식적 무의식적 충격, 좌절감 내지는 적의감은 그의 후일 행동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을 듯하다. 동일시 현상이파괴됐을 때 자아형성도 약화되기 마련이며 이는 심한 인격장애나 이미 성장하기도 전에 이른바 소아 정신병적으로 발달한 소지는 충분히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친누이 말에 의하면 죽은 동생이 13세가 되던 해 죽인 형의 결혼식 날 지붕에 올라가 돌을 던지더라 하니 단순한 문제아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둘째로 문제시 되어야 할 점은 이러한 오래된 정신분열병의 기미까지 강하게 풍기는 환자에 대한 가족 「멤버」들의 처리문제다. 대학 교육까지 마친 형으로서 월급의 반 이상을 몇 년 동안 빼앗겼고 또한 누나를 간호원으로 둔 가정에서 어찌하여 정신과적 진찰의 기회가 단 한번도 없었던가 하는 점이다.
더구나 놀란 점은 가족들이 교육면으로 보아 중 이상에 속한다고 불 수 있는 이들은 온갖 고통은 집안끼리 당하면서도 오직 선도의 한 방법으로서 군에 입대시키기로 몇 번씩이나 꾀했다고 죽인 형의 참회록에서 밝히고 있으니 한심한 마음마저 든다. 우리 국민도 모두가 우리의 세금과 우방국의 원조로 정예군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면에서는 자식이나 형제간에 골치걸이가 있으면 군대에나 가라는 식의 독립 국가 자격 상실적 사고의 불식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강조하고 싶다.
끝으로 죽인 형에 대한 문제점이다.

<형의 정신에도 문제 철저한 임상 진단을>
10년 이상을 불안과 공포 그리고 항상 적극성이라곤 거의 볼 수 없는가 하면 심지어는 칼까지 맞아 가면서 아무런 방향마저 잡지 못하였다는 점 등은 곧 그는 그나름대로 정신상태에 몇 가지의 문제점을 필자로 하여금 갖게 한다. 간호원 여동생의 말에 의하면 몇 달 전에는 옛 모습과는 판이한 실의에 가득 찬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이미 이번 사건이 신문 사회면을 통하여 상당히 문제시된 만큼 그것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외국과 같이 검찰관들의 철저한 조사와 아울러 정신 위생학적 견지에서 소위 「심리적검사」를 가·피해 양자에서 실증과 기록과 임상진단을 통하여 캐냄으로써 앞으로는 다시금 이 같은 사회적 해가 없어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의박·가톨릭 의대부속 성모병원 신경정신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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