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정하의 북녘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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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남한사람들이 북괴에 대하여 말할 때 국민생활이 매우 곤란한 처지에 있다고 하면 북한의 선전은 그것을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하면서 국민생활이 상당히 윤택하며 풍부하다고 항상 떠든다. 그러니까 세상사람들은 진실이 어떤가에 대하여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몇 가지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겠다. 북한의 벼 생산은 1년에 2백50만「톤」을 넘어본 예가 없다. 이것을 가지고 1천3백만이란 인구가 나누어 먹어야한다. 대인 1일 쌀 7백g씩 그리고 10세 미만의 어린이 1명 1일 4백g으로 쳐서 평균 줄잡아 5백g으로 계산해도 1천3백만에 곱하면 쌀 6백50만「톤」이 필요한 것으로 된다.
생산량 2백50만「톤」도정하면 쌀이 80% 날 터이니 1년에 쌀이 2백20만「톤」이 나는 셈이다.
이밖에 주곡은 옥수수인데 1년에 1백만「톤」미만 생산하는 형편이니 생활이 어떻겠는가 각자가 생각해 판단할 수 있겠다. 물론 이밖에 밀, 기타 잡곡이 좀 있기는 하나 그것은 모두 합쳐야 50만「톤」도 안 된다.
기타 의복 신발 일용품 등에 대하여는 다음 기회에 미루기로 하자.
북한 인민의 생활이 곤란하다는 것을 이런 물질적 측면에서 논하기는 너무도 일면적이고 보다 더 시한 고통은 정신적인 고통이다.
휴식하고 사색할 자유가 없고 마음대로 자기의 취미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없는 것이 그곳 인민에게 더 큰 고통이다.
저들은 세계의 「라디오」통신 보도들을 듣지 못하지만 혹 듣는 자가 발견되었다고 하면 그것은 혹독한 탄압과 감시의 대상이 되고 사상검토의 무대에 끌려 나와야된다.
사상 검토무대에 끌려나와야 한다는 것은 인간의 자부심으로써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모욕과 가슴을 째는 협박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지도층의 간부들과 대중의 생활에서의 지나친 차이는 내부에 심한 불평불만을 조장시켰다. 이런 조건에서 그 내부가 철석같이 단결되어있다고 하는 그들의 선전이 과연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는 더 말할 여지가 없다.
나는 어젯밤에 서울 야시장을 돌아보았다. 전기가 없어 암흑이라던 이곳이 전기가 많다고 그렇게 자랑하는 평양의 몇 백 배는 더 밝고 화려하였다. 시민들의 생활은 자유롭고 마냥 흥성한 것을 역력히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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