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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통적인 민족의식|본사 서제숙 기자 현지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어려운 교통수단 외국인엔 바가지>
「베트남」인의 기질과 민족의식은 고등학교를 받은 상류계급보다 서민층이 더욱 짙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사이공」에 도착하자 듣던 바와 같이 가장 어려운 것이 교통수단이었다. 전차도 시내「버스」없고「택시」와「사이크로·택시」「사이크로 인력거」뿐이다. 「택시」의 기본요금은 4「피아스타」, 「사이공」시 끝에서 끝까지 가더라도 20「피아스타」가 넘지 않는다.
그러나 외국인이 타는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운전사는 타기 전 미리 백「피아스타」를 내겠느냐는 흥정이다. 못 내겠다면 두말없이 가버리고 만다.
같은 길에 외국인과 월남인이 차를 기다리면 외국인을 지나서 어김없이 월남인 앞에 차를댄다. 푸성귀나 식료품을 파는 여인들도 마찬가지다. 상치 1백「그램」에 15「피아스타」하는 것을 외국인에게는 75「피아스타」씩 받는다. 외국인에게 공개적으로 철저하게 바가지를 씌우자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이 월남인 식모를 두고 그들에게 장을 보게 한다. 반면 그들은 정직하고 도둑이 없는 모양이다. 길가에「스쿠터」나 자전거, 그 밖의 물건들을 두고는 밤을 지낸다.

<모욕 받은 식모는 친구 데리고 나가>
「후에」에 있는 미군 해병대에서 일하는 한국인 기술자에게서 들은 얘기다.
같은 부대에서 일하는 월남인 노무자는 백여명. 그들은 1∼2년이 지나도「예스」나「노」정도의 영어도 입밖에 내지 않는다. 답답하면 당신들이 우리말을 배워 내게 일을 시키라는 태도다. 할 수 없이 미군들은 한국인에게 그들을 맡겨 일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 가정에 있는 식모는 대개 불란서인 가정에 있었던 여인들이 많은데 그들도 물론 한국말을 배울 생각이 없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인격적인 모욕을 받거나 자기생각으로 경우에 틀린 일이 있으면 그날로 보따리를 싼다. 두 사람이 한 집에 살다 한 사람이 언짢은 이유로 나가면 나머지 한 사람도 으례 함께 나간다.

<주문하지 안 해도 20분마다「티」나와>
「바」나「타이트·클럽」에서도 외국인에 대해서는 철저하다. 월남인이면 1천「피아스타」이내의 계산이 오를 것을 한국인이나 미군에게는 3, 4천「피아스타」가 넘게 된다. 손님인 외국인의 술값 외에「호스티스」를 위한 유명한「사이공·티」가 마시든 마시지 않든 20분마다 계속 나와 계산이 오른다.
어떤「서비스」업에서나 상인들이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는 그들의 이익과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더구나 옆집에서 외국손님에게 가혹하니까 이틈에 친절과 싼값으로 손님을 끌자는 상인이나 운전사는 없는 것 같다. 그들의 외국인에 대한 감정은 어떤 불문율처럼 그들 핏속에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베트남」인의 고집에서 화교들과 인도 상인이 득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구호 의류 주려면 내 몸에 맞는 것을>
외국인의 호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퀴논」지구 맹호 부대 대민 심리전을 담당한 장교의 말로도 짐작할 수 있다. 난민과 빈민에게 구제품 옷을 한 벌 줄 때 그 옷이 자기 몸에 맞지 않으면 자신이 고쳐서 입겠다는 생각보다 주려면 내 몸에 맞는 것을 주든가 아니면 주지 말아도 좋다는 태도라는 것이다.
그들의 외국인에 대한 불신과 증오 또는 묵살하려는 태도, 그것은 짧은 체월 기간이었지만 기자가 여러 차례 체험했고 또 이점에 대해서는 현지에서 오래 지낸 한국인이나 미국인이 다 같이 인정하는 월남인의 특징이다.
역사적으로 옛날에는 중국, 현대에는 불란서·일본 등에 차례로 통치 받아 온 쓰린 과거 때문일까 또는 폐쇄된 사회에 따르는 그릇된 속성일까. 어떤 태도로 접근해 오든 외국인은「베트남」민족을 위한 손길은 없었다는 태도다.

<외인 통치 1세기 강한 자의식 키워>
1세기가 가깝도록 식민지 통치하에 살아왔고 누구에게도 보호받거나 사랑 받아 본 일이 없는 자의식이 강한 민족의 태도
그러한 그들의 태도는 가난하고 빈약하지만 비굴함이 없이 당당한 듯도 하고 그 당당함을 인정하기에는 그들의 현실과 삶이 너무도 처참함을 볼 때 햇빛에 그을고 주름진 얼굴들이 일종의 비장한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배타심이 강한, 동족 사이의 강한 결합의식. 그것이 현재의 얽힌「베트남」사태 해결에 어느 정도 저해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언젠가 민족을 통일하는 데서는 다시없이 커다란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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