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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할 곳 찾아 서방의 문 두드린 「스베틀라나·스탈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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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머니성격 닮고 스탈린 사랑 독점>
10일 인도 주재 미국대사관을 통해 미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한 것으로 외교소식통으로 전해진 「스탈린」의 딸 「스베틀라나·스탈린」은 1921년 「스탈린」의 제2부인 「나제지다·아릴레와」에게서 난 딸로서 올해 46세. 그녀는 퍽 여성적이고 고요한 성격에 친절했던 그녀의 어머니를 무척 닮았고 또 어머니의 성격도 많이 이어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어떤 하급 사용인에 대해서도 항상 친절하고 그녀의 오빠 「와실리」(전「모스크바」지구공군사령관)처럼 오만하거나 명령적인 성격도 없었기 때문에 「스탈린」생시의 「크렘린」에서는 인기가 대단했다. 학교에서도 성적은 좋았고 책은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녀의 교사들은 「스베틀라나」를 「중의 상」의 학생으로 평가했다.

<극장서 만난 청년유태인 「카프렐」>
10대가 되자 1932년에 죽은 어머니를 더욱 닮아갔다.
그리하여 여러 사람의 귀염을 받았다. 「스베틀라나」는 계모「로자」(「스베틀라나」도 「와실리」도 그녀를 어머니라고 불렀다)에게 유다른 애정을 표시하고 때로는 아버지와 「로자」와의 말다툼을 곧잘 말리기도 했다. 그녀는 「스탈린」이 유달리 귀여워하여 다른 아이들보다도 많은 애정을 아버지로부터 받았다.
그녀는 「볼리쇼이」극장에서 젊은 학생「알렉세이·카프렐」과 알게되어 친밀한 우정이 싹텄다.
「스탈린」은 이 사실을 알고 딸을 힐책했다. 그녀는 「알렉세이」와 서로 사랑하며 결혼하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그러나 「스탈린」은 격노하여 「스베틀라나」가 「알렉세이·카프렐」과 결혼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그와의 교제도 금했다. 「스탈린」은 「크렘린」보안경찰장관「프로코피에프」에게 이 젊은 애인들의 밀회를 절대로 불가능하게 하라고 명령했다.

<스탈린 절대반대 억지로 이사시켜>
「프로코피에프」대령은 이 명령을 자기 나름으로 해석하여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처벌당하지 않기 위해 「알렉세이·카프렐」을 「모스크바」로부터 어느 곳으로 이주시켰다. 「스탈린」의 딸을 사랑한 것 이외에는 아무 죄도 없는 이 청년의 소식은 그 후 영영 두절되었다.
「스베틀라나」는 자기 행복을 방해한 아버지를 결코 용서하려 하지 않았다.
「스탈린」이 자기 딸이 신뢰할 수 있는 공산주의자이며 유망한 청년이었던 「카프렐」과의 결혼을 방해한 주요한 이유는 「카프렐」이 유태인이었다는 사실은 「몰로토프」도 인정했다. 이 사실의 사실여부는 고사하고라도 유태인이거나 유태인을 아내로 하고있는 「스탈린」의 친우나 협력자들도 결국은 박해된 것은 사실이다.

<정치좋아한 생모 사인은 아직 비밀>
「스베틀라나」의 어머니와 「스탈린」의 사이는 불화했다. 이들 부부의 불화의 원인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매우 총명하고 교양있는 「나제지다」가 단순한 주부나 아이들의 어머니로서의 생활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정치생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했기 때문이다. 「나제지다」가 「스탈린」과 불화한 원인중의 또 하나는 「스탈린」이 공사석을 불문하고 외설된 말을 지껄이는 것을 「나제지다」는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제지다」와 「스탈린」과의 결혼생활은 1932년 제15회 10월 혁명기념일에 끝났다. 「스탈린」과 함께 출석한 음악회가 끝나자 「나제지다」는 한사람의 학우(「나제지다」는 당시 공업기술학교에 다니고 있었다)가 체포되어 사살될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스탈린」에게 그 학생의 긴급석방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청하자 「스탈린」은 『너는 나에게 명령을 할 생각인가?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고함을 질렀다.
○-미국망명 요청은 심각한 아이러니 『당신이 동의하든 않든 나는 당신과 헤어지고 싶다』고 그녀가 외치자 「스탈린」은 그녀에게 무슨 음료를 먹였다. 그날 밤 그녀는 죽었다. 그녀의 사인은 비밀로 되어 있었다. 그녀의 국장이 행해짐으로써 「스탈린」에게 있어서의 『「나제지다」의 장』은 끝나고 그후 곧 「스탈린」은 제3부인 「로자」를 맞이했던 것이다.
어머니가 「스탈린」이 죽기 21년 전에 비극적인 죽음을 한 「스베틀라나」는 지금 그의 아버지 「스탈린」소련에서 격하된지 꼭 11년만에 안주의 곳을 찾아 인도로 왔다가 현재는 이태리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미국망명요청 동기와 미국에서의 허락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하필이면 미국에 안주의 곳을 찾아 망명의 길에 나섰다는 사실은 심각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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