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전장을 헤매는 맨발의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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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자유에의 탈출은 끊임없이 줄을 지었다. 한국군이 「베트콩」마을을 소탕하는 동안, 검정「파자마」의 여인은 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맨발을 재촉하고 있다.
공포에 질린 표정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에 더욱 일그러져 있다. 지난날 한반도에서 있었던 피난대열은 달구지가 아니면 괴나리봇짐을 이고 졌지만 「베트남」의 피난민은 맨손에 맨발-.
여윈 가슴과 등허리에 어린것을 비끄러맨 채 그저 목숨만을 건지려는 대열이었다. 여인은 남편이 「베트콩」에 잡혀 「정글」속으로 사라진 뒤 외토리가 됐다. 해서 피난 대열 속은 생과부뿐이다. 『이 어린것들은「베트콩」을 만들지 말아야지.』누더기를 걸친 엄마를 앞장선 큰 아이는 어느 틈에 연군들이 먹다버린 「C·레이션」깡통을 들고 놀란 토끼모양 어린눈망울이 휘둥그렇다. 사진=윤정규 특파원 글=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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