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 유엔총장 "휴~ 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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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 AP=연합]

'아들 스캔들'로 곤욕을 치러 온 코피 아난(사진) 유엔 사무총장이 일단 비리 혐의를 벗었다.

유엔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 조사위원회는 29일 "스위스 회사 코테크나 인스펙션사가 유엔의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의 검수업체로 선정되도록 아난 총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2차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 회사는 아난 총장의 아들 코조 아난(32)이 근무했었다. 그러나 보고서는 "아난은 아들이 취직한 업체가 공익과 사리 사이에서 충돌할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난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보고서는 내가 부당하게 입찰에 개입한 증거가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고 말했다. 아난은 사임 여부에 대해선 "젠장, 없다(Hell, No)"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유엔의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은 경제 제재를 받던 후세인 정권 당시 이라크 정부가 석유를 식량 등 인도적 물품과 제한적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코테크나 인스펙션사는 1998년 이라크 납품 검수업체로 선정돼 유엔으로부터 총 6000만 달러를 따냈다. 그런데 이 회사는 96년 코조 아난을 고용했다. 99년 코조 아난이 퇴사한 뒤에도 2004년까지 총 15만 달러를 지급한 사실이 지난해 9월 드러났다. 아난은 아들이'뇌물'을 받은 회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미국은 즉각 아난의 사임을 요구했다. 아난이 "이라크 공격은 불법"이라는 등 미국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점도 무관치 않다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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