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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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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다정했던 중학교 「클라스·메이트」가 졸업한 지 22년 만에 검사와 피의자의 신분으로 만났다. 사랑하는 동생을 죽여야 했던 지성인의 살인범 장영수(39)와 이 사건을 담당, 장영수를 심문한 서울지검 강력부 강달수 검사-. 두 사람은 1945년 3월 경기중학(42회)을 함께 졸업한 뒤, 지금까지 소식을 모른 채 지내다가 지난 25일 서울지검 25호 검사실에서 만나게 됐다.
○…강 검사는 며칠 전 동창생으로부터 장영수가 송천동 권총살인범으로 성북서에 체포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살인범의 학력을 조회, 「클라스·메이트」였던 장영수인 것을 확인했다. 강 검사는 지난날의 학창생활을 더듬으면서 『죄는 밉더라도 유치장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대해 줄 것』을 성북서 수사계원에 부탁했다. 토요일은 25일, 장영수의 구류심문을 맡게 되었으나 자신이 심문할 수는 없었다. 마침 검사장과 차장검사들이 퇴근했기 때문에 첫 구류심문만을 끝냈다. 『경기중학교를 졸업했지?』 담뱃불을 붙여주며 다정했던 강 검사는 27일 검사장에게 장영수와의 관계를 털어놓고 사건담당을 회피, 같은 방에 있는 김진석 검사가 맡게 되었다.
○…장의 딱한 사정을 들은 경기중학 동창인 유현석(전 서울지법 부장판사)씨는 기꺼이 무료변론하겠다고 나섰고 이 밖에 동창인 서울지검 서정각 부장검사도 장을 위해 법률구제의 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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