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경제 선생님] 아이들 세뱃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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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곧 설날입니다. 아이들의 설날을 맞는 설렘 속엔 세뱃돈에 대한 기대가 있습니다. 심지어 아이들이 설날을 '돈 버는 날'로 여기는 경우도 있지요. 반면 부모님들은 세뱃돈을 얼마나 줘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렇다 보니 세뱃돈은 아이들이 어른을 평가하고, 어른들이 서로의 체면을 관리하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이번 설에는 이런 것들을 실천해봅시다. 첫째, 자녀와의 대화 때 세뱃돈 금액에 무게를 두지 마세요.

"너 세뱃돈으로 얼마 벌었니"라고 표현하지 맙시다. 세배는 새해을 맞아 어른들께 드리는 인사이고, 세뱃돈은 버는 것이 아니라 새해 선물로 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번다는 것은 노동을 해서 상대에게 이익을 주었을 때 그 이익의 일부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세배는 노동을 한 댓가가 아닙니다.

둘째, 자녀의 세뱃돈에 손대지 맙시다. "세뱃돈 엄마가 맡아 줄게" 해 놓고는 그것을 써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그래서는 안됩니다. 엄마가 아이의 세뱃돈에 손을 대면 아이는 '소유'개념을 혼란스러워하게 됩니다.

또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가 엄마의 돈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지도하기도 곤란해집니다. 세뱃돈도 용돈처럼 스스로 재량껏 관리하도록 해주세요.

큰 돈이어서 어떻게 아이가 관리하나 걱정되신다면 아이가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보관하고, 관리하고, 계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돈을 스스로 관리할 수 없는 아주 어린아이라면 아이의 통장에 넣어주세요. 그리고 '2003년 설날 세뱃돈'이라고 써주세요.

그런 기회를 통해 자녀에게 은행과 저축, 이자의 개념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뒷날 아이가 자라나 통장을 넘겨받을 때 아이는 엄마의 마음에 감사할 것입니다.

셋째, 적정한 세뱃돈 액수를 정합시다. 세뱃돈은 어른 수준이 아니라 아이 수준에 맞게 주세요. 가계에 부담이 돼서도 안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세뱃돈을 체면치레로 여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린아이들은 지폐보다 동전을 더 좋은 돈이라고 여깁니다. 동전이 많으면 좋아하지요. 이런 경우라면 만원짜리 지폐보다 손에 꼭 쥐고 다니며 세어볼 수 있도록 동전을 열개 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일반적으론 아이의 한달 용돈 금액을 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 세배를 나눌 식구들끼리 각자 적당한 세뱃돈을 내어 그 돈을 모아서 아이들 연령에 따라 나눠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세뱃돈으로 쓰려고 헌 돈을 새 돈으로 바꾸는 데 정성을 드리기보다 도서상품권을 미리 구입해 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김정훈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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