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표절·대필 학위, 모두 고백하고 반납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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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직자, 연예인, 인기 강사 등 이른바 유명인들의 표절 고백이 줄을 잇고 있다. 배우 김혜수씨가 최근 석사논문 표절을 인정하고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개그우먼 김미화, 스타 강사 김미경씨도 같은 일로 자신이 진행하던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논문 표절로 목회 활동을 중단당한 사랑의 교회 담임목사,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사람도 있었다. 이에 비해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이성한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 모두 박사학위 논문 일부를 표절한 사실을 인정했으나 책임을 지지는 않았다. 19대 국회의원 중 7명이 표절 의혹을 받았지만 그들 역시 아무런 조치가 없다.

 남이 쓴 글이나 연구 결과를 허락도 받지 않고 베끼는 건 지식을 도둑질하는 짓이다. 그래서 표절은 범죄행위며, 표절이 발각되면 그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책임을 지는 게 맞다. 당사자들이 교수가 되거나 학문할 목적이 아니었다고 변명하거나 과거의 관행이었다고 해명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논문을 표절해 학위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평판을 높이는 장식용으로 써먹었다. 그런 사람이 학위를 갖고 있는 것은 성실하게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을 허탈하게 한다.

 미국·독일 등에서도 표절이 발각되면 학계나 공직에서 추방당한다. 이게 글로벌 스탠더드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번 표절 고백 사례를 계기로 표절하면 신세 망치고 끝장이라는 관행이 세워지길 바란다. 설령 과거 잘못된 관행에 따라 죄의식 없이 표절이나 대필로 학위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사실이 드러나기 전에 지금이라도 고백하고, 학위를 반납하는 게 옳다.

 대학도 반성해야 한다. 논문을 쓰려는 학생들에게 무엇이 표절인지 제대로 교육시켜야 할 책임도, 논문 지도 과정에 좀 더 철저히 개입해 관리할 의무도 대학에 있다. 석사학위 심사엔 교수 3명, 박사학위 심사엔 5명이 들어가는 게 관행이다. 이들이 제대로 지도했더라면 표절을 막을 수 있었다. 오히려 일부 대학은 학위 장사까지 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좀 더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 교육부는 표절이 빈번한 대학에 대해 책임을 물어 학위 과정을 폐쇄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