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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행정 협정의 발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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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미 행정협정(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미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 오늘 영시를 기하여 발효되었다.
전문과 31조로 된 본 협정, 합의의사록 및 양해사항과 각서를 포함하는 이 협정은 작년 7월 9일 한국 측을 대표한 그 당시의 이동원 외무장관과 민복기 법무장관, 미국 측을 대표한 「러스크」 국무장관과 「브라운」주 한 미대사가 각각 서명함으로써 13년 교섭 끝에 체결 되었었다. 그후 한·미 양국의 국내법 절차를 마친 이 협정은 마침내 오늘부터 발효하게 된 것이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이 협정은 「세계 전역에서 평화와 자유의 대의를 신장시키는 한·미간의 공동노력을 진일보」시키는 것이었으며 또한 한·미간의 전통적인 우의와 호혜평등의 원칙을 재 천명하고 한국의 독립적 지위를 재확인한 것이었다. 동시에 「대전 협정」과 「마이어 협정」의 불합리성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상호존중의 높은 협정 정신에도 불구하고 한·미 행정 협정은 실제 운영에서 까다로운 문제들이 생겨 날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바도 아니다.
그 중요한 난점의 몇 가지만을 추려 본다 해도 첫째, 형사 재판권 관할 문제에 있어서 형식적으로는 제1차적 재판권은 한국이 가지나 실질적으로는 미 측의 성의 여하에 달리게 될 것이라는 점 둘째, 노무 조항에 있어서는 「군사상 필요」라는 단서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한국의 제 노동법규를 준수키로 되어 있는 협정 정신이 번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셋째, 민사 청구권 문제에 있어서도 수속·절차의 복잡성 때문에 실질적인 보상이 저해될 우려가 짙다는 점 등 이 있다. 그밖에도 공무 여부를 분별하는 문제, 증거 인멸의 가능성의 문제 등 허다한 집행상의 난점이 예견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한·미간에 이견이 두드러지고 분쟁이 일어났을 때 이것의 해결을 .한·미 동 수의 합동위원회에 먼저 위임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정상적인 외교 「채늘」에 위탁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국력의 격차로 해서 미 측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협정이 운영될 염려가 없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는 미 측이 높은 협정의 정신을 쫓아 언제나 호혜평등의 원칙을 성실하게 준수하리라 믿지만 협정이 발효된 오늘 우리는 무엇보다도 미 측의 신의 성실을 다시금 촉구할 필요를 절감한다.
한편 한국 측도 이 협정의 발효를 계기로 하여 더욱 민주적인 행형 운영에 나서야 할 것은 물론이겠거니와 흔히 미 측이 염려해 왔던 바 한국 사법기관의 권위를 한층 높이는 제반노력 또한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거듭 지적해 두고자 하거니와 한·미 행정 협정은 어디까지나 전통적인 우호관계와 공동 노력을 더욱 촉진시키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때문에 미 측은 이 협정의 원활하고 의의 있는 운영을 위해 성의를 다 하여야 할 것이며 우리는 우리대로 13년이란 긴 세월을 두고 계속했던 어려운 교섭 끝에 맺어진 이 협정이 그 역사적 의의를 다할 수 있도록 정성과 노력을 쌓아가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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