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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리는 표면 손잡는 이면|한국의 북양 진출과 일 수산계 &굴지의 업자들 음성 방조|일 어부 모집 방해도 대소 교섭의 「제스처」일뿐|통조림 원료값 싸게 사 들일 속셈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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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의 수산업계는 몇 년 사이에 한국 어업이 필경 북태평양 수역에 진출하게 되며 밀물 같은 추세를 막을 길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어업의 북양 진출은 본질이 약화한 일본 수산계에 활소를 불어넣게 될 것이며 미·가·일 어업조약, 일·소 어업조약의 이른바 「자발적 억제」의 제약을 파헤치는 돌파구가 되리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신흥 냉동이 일본의 국양 산업을 통하여 북양 수성 진출을 위하여 연어·송어 잡이 어업에 경험이 있는 일인 어로장급 어부를 모집하고 있는데 대하여 일본 수산업계가 반발하고 일본 정부도 연어·송어 잡이 어로 기술의 유실 방지를 위하여 입법조치도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이름이 낯선 「국양어업」은 일본의 통조림계에 지보를 굳힌 「동식」의 이른바 「덤」(허수아비) 회사이며 한국 수산회사의 일 어부 고용은 내실에 있어 「동식」의 속셈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동식」은 생선 통조림의 원료를 조달하는데 있어 일본의 일류 통조림 제조회사와는 달리 일본 수산업계의「쿼터」를 받지 못하고 있어 사업 확충에 제약을 받아왔다.

<앞장서는「동식」>
몇 년 전 한국의 제동산업이 남태평양 수역의 참치 잡이 어업에 진출했을 때 동식은 「시고꾸」(사국지방)의 토좌조선을 통하여 제동산업의 원양어선을 조달하여 이익을 크게 올렸었다. 동식은 이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통조림의 원료를 원천적으로 확보하는 데에는 한국어업의 북양 진출에 얹혀 그 어획물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양 산업이 「동식」의 「덤」 회사임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며 일본 수산업계는 동식이 한국의 북양 진출을 도왔다고 하여 거래 「보이콧」을 단행했다.
일본 수산업계가 지난해 9월 제3국 어선(실제에 있어서는 한국 어선)의 일본 영역항구 기항에 반대하고 제3국 어선의 연어·송어 잡이 어업진출을 억제하는 실효 있는 조처를 강구할 것을 일본 정부에 「진정」한 것이라든지 동식의 협조에 대하여 제재를 주고 있는 것은 얼핏보기에 한국 어업의 북양 진출을 발벗고 저지하려 들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런데 동식의 「덤」인 국양 산업에는 일본의 일류 수산회사인 「일노어업」의 선단장이 고용되어 발벗고 활약하고 있으며(다시 말해서 일노어업도 한국의 북양 진출을 묵인하는 셈) 업계의 반발을 대변하고 있다는 「대일본 수산회」의 회장 중부겸길씨(일본의 「톱· 클라스」 수산회사인 대양수산 사장)는 동식과 이면에서 접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수산계의 표면의 움직임은 이면의 내용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오는 3월 1일부터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일·소 어업교섭(여기에서 일·소 어업조약 수역서의 올해의 일 측 어획「쿼터」가 결정된다.)을 앞둔 「제스처」라는 것이 거의 공통된 관측이다.
일본 수산계는 올 여름에 「신흥냉동」의 일선단과 「삼양수산」의 일선단이 북양 수역에 출어 하리라고 보고 있다. 이들 한국 선단의 진출이 일본의 협조 아래 이루어졌다는 인상을 소련에 줄 것을 몹시 꺼려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다시 말해서 일 어선단의 출어가 2선단의 삭감을 가져올 우려가 다분히 있기 때문이다.

<조약 벗어날 타산>
한국의 북양수역 진출 선단의 조업 수역은 미·가·일 어업조약으로 일 수산업계는 보고있다.
한국 선단이 동 조약 수역에 진출하게 되면 「샌프란시스코」 대일 구화조약 체결에 두 달 앞서 강요했던 이른바 일본 어선의 「자발적 억제」를 내용으로 한 미·가·일 어업조약이 한국의 가입으로 조정될 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 수산계는 「약년 노동력」의 감소라는 일본의 노동 시장의 일반적인 경향으로 어업에 있어 임금 구성의 증가로 노동력이 값싼 한국 어선의 어획물을 사들이는 것이 이로울 뿐 더러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값싼 한국어 노려>
한국의 북양 진출은 어느 면에서는 체질이 노후화 한 일본 수산계에 활력소를 퍼붓는 것이며, 그런 뜻에서 내심으로는 남보다 뒤늦지 않게 한국의 수산계와 손을 잡아야겠다는 속셈의 수산업자가 적지 않은 것이다.

<고용 조건은 최고>
한국 「신흥냉동」의 일 어부고용도 필경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일 어부는 어로장급으로 월 6만원, 게다가 항해수당·간부수당·수양장려금 등 제 수당을 합치 더라도 4개월간의 원양 항해를 마쳐 약 22만원의 수익으로 되어 있다.
신흥냉동이 일 어부를 모집한 조건은 어로장에 대하여 월 30만원, 파격적인 격차이다.
「도야마」(부산)현에서 21명, 「무로란」(실란)에서 1명, 도합 22명의 일 어부가 가계약을 맺었다.

<막으면 「보상」도>
「무로란」의 어부가 가계약을 맺자 일본의 관계 당국은 한국 수산회사와의 계약을 단념할 수 없느냐고 종용했다. 그러자 그 일인 어부는 『좋습니다. 그러면 나는 5년 동안 계약하려 했는데 월 30만원을 기준 삼아 상당한 액을 국가가 보상해 주십시오.』 했다.
실제로 그런 선례가 있었다. 1929년 소련이 일본의 게 어로 기술자를 고용하려들자 일본국은 이를 단념케 하여 그 당시의 금액으로 일화 1천원(현재의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수백만원)의 보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적나라한 어업 전쟁의 귀결로 한국 어업의 북양 진출은 필경은 막을 수 없다고 일본 수산계는 보고 있는 것이다.
저력을 가다듬은 「힘에 의한 진출」이 바로 한국 어업의 북양 수로 타개에 직결 될 것이다. (동경=강범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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