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직물 「디자이너」|장정희 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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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디자이너」가 우리 주변에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아주 짧은 세월이지만 그 수준은 현저하게 높아 지고있다.
7년 동안이나 직물 「다지이너」로 손수 무늬를 만들어 온 대한방직회사의 장정희(31)양은 『도안자의 기발한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유행과 여성의 기본적인 기호를 무시할 수 없는 지극히 상업화한 그림』이라고 설명한다.
여성들의 옷감도 남성들이 대부분 「디자인」 해주는 현실은 우습기도 하며 창피스럽기도 하다면서 웃어버린다.
『우리나라 여성도 참 변덕스럽다 할 수 있죠. 지속적으로 유행되는 게 거의 없어요. 시장경쟁의 폐단도 있겠지만』 장 양은 생활의 안정과 여유의 덕택이라면서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안목도 많이 변했죠. 밝지 못한 색이나 모호한 무늬에서 원색화 되고 대담해졌어요」「고유한 아름다움」에서「세계성을 띤 아름다움」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 현대 「디자인」의 유행이지만 자신은 한국적인 미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불 같은 전통적인 무늬를 사용한다지만 옷감에서 그것을 어떻게 꽃피우느냐는 것은 더욱 어려운 문제라고 고개를 갸우뚱-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한 장 양은 지금도 화실의 향수를 잊지 못해 시간이 날 때마다 회화에 다시 열중하는 순수미술(?) 학도.
아직까지 한번도 자신이 「디자인」한 옷은 입지 않았지만 남이 입고 있는 것을 불때 매우 흐뭇한 기분이라고 보람에 넘친다.「디자이너」의 즐거움은 자신이 만든 옷감이 여성들의 귀여움을 받을 때지만, 며칠 못 가서 모조품이 나오는데는 아연해진다면서 「디자인」의 저작권 옹호를 주장한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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