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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전남 광양 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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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6면

섬진강을 허리춤에 끼고 남쪽으로 줄달음질치던 소백산맥이 전남의 최동남단에 불쑥 솟아난 백운산을 등에 업고 펼쳐진 광양군은 총면적 4만2천1백71정보 중 경작 면적은 21%인 9천17정보에 불과한 조그마한 산골이다.
도내 25개 시·군 중 끝에서 두 번째로 적은 예산(66년 5천8백만 원)으로 l년을 설계하지만 어느 군 못지 않게 자활의 「붐」이 일고 있다.
『백운산이 손궤를 지어서 수기가 상독 하니 이기 후에 운회 해서 10배의 승주』라는 옛말은 광양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선천적으로 생활력이 강하고 재치있는 이곳 사람들은 이웃 순천시와 승주군을 경제적으로 제압하고 있으며 동일 선거구인 구례군에서는 국회의원 당선은 엄두도 못 낸다고 아우성이다.
그 옛날 백제의 마노현인 광양군은 신라 경덕왕때 희양현으로 승주군에 속했다가 고려조에 와서 광양현이라 개칭, 이조 고종 32년 5월 25일에 군으로 승격. 1914년 돌내군 태인도를 병합, 오늘에 이른 것.
섬진강으로 백제와 신라의 국경을 삼았던 이 군은 지금 섬진강 다리로 전남과 경남을 잇고 매일 1백 50여대의 차량이 먼지를 날리며 양도를 교환한다
신라를 공수하던 백제의 요새인 마노산성 등 수많은 산성이 있었으나 지금은 성터만이 그 옛날을 되새겨주고 있다.
이조 때에 와서는 한때 소외당한 일도 있다지만 많은 선비들이 귀양 온 곳이기도 하다. 그 중 가람 선생이 귀양살이하던 만지섬에는 허다한 일화를 남긴 채 가람촌이 있고 또 송강 정철 선생이 수월정을 짓고 유랑 생활을 하며 한때를 보낸 곳이기도 하다.
호남 3걸인(걸인) 중 제 일인자인 최산주(김린후 선생의 스승) 선생과 황매천 선생은 광양이 낳은 위인이다.
마노산성을 중심으로 마로포·초남포·하포 등 여러 항구는 서울로 달리는 남도해운의 요람지이다.
이조 때는 이곳을 거쳐 전라 동부의 각종 특산물이 상납의 길에 올랐다. 임란 때 부녀자들이 품에 안고 다니며 왜적을 무찔렀다는 패도(패도)는 광양에서만이 만들어지는 특산중의 특산-.
서울 장안의 선비를 비롯, 경향 각지에서 중소 양반들이 허리춤에 차고 다니며 보신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곳 사람들은 이 패도를 허리춤에 차고 다니고 있는 것이 간혹 눈에 띄며 광양읍옥룡면에서 명맥을 유지하며 소규모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산악군의 「심벌」로 되어있는 백운산에는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산악 농장이 자리잡고 농업 근대화에의 시범을 과시하며 유축농업 경영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 발돋움 치고있다. 1만2천9백40「미터」의 산업도로와 17만2천2백47「미터」의 각급 도로를 타고 문명의 이기는 군내 구석구석을 누비며 먼지를 날리고 있다.
우리 나라 율림 시범군인 광양군은 연간 20여만 그루의 묘목을 전군 각처로부터 쇄도하는 주문에 활기를 띠며 3천30정보의 율림 조성지 중 이미 1천5백10정보에서 1천7백50만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그 중 30%가 일본에 처녀 수출까지 했다.
이웃 순천과 더불어 고등원예의 주산지인 동군은 66년에도 벌써 「도마도」·오이·배추 등에서 6천5백23만3천 원의 수익을 보았고 「크리스마스」를 기해 수박·오이 등 장안의 구미를 돋우기 위해 많이 반출됐다.
그뿐 아니라 해산물도 그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군은 65년도에도 굴·반지락·고막·해태 등에서 8천8백58만원의 소득을 가졌고 앞으로 l천5백18정보의 간석지 개발이 완공되는 날 연간 수억 원의 돈을 벌게 된다고 군민들은 열을 띠고 있다. 특히 망덕의 장어와 태인도의 해태는 그 미각에 있어 국내 최고-.
그러나 5백16척의 소 선박에 목숨을 걸고 있는 2만7천4백 명의 영세 어민들은 전관 수역에의 출어는 엄두도 못 낸 채 연안에서 허둥대고만 있어 하루 속히 어업 근대화의 손길이 뻗쳐 주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광양군민들은 순천∼진주를 연결하는 경전선의 개통을 눈앞에 두고 내일의 번영을 위해 새로운 도약의 꿈에 부풀어 있다.【순천=노영민 기자】

<메모>
▲총 면적=422. 49 k㎢ ▲행정구역=1읍 7개면 188개 부락. 520반 ▲인구=9만 7천 4백 23명(15,395가구) ▲교육 기관=28개 국민학교. 2개 중학교. 2개 고등학교 ▲명승고적=백계산. 망덕 해수욕장 ▲국보=중흥산 3층 석탑(국보 183호) ▲특산물=장어·해태·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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