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남자 잘 다루려면 화장을 하라” 코미디언 겸 의학박사의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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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
젠 지음, 박규호 옮김
은행나무, 480쪽, 1만8000원

또 남녀 얘기다. 사회심리학·자기계발서·연애지침서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주제에 또 한 권이 더해졌다. 그래도 눈길이 간다. 어느 결혼 컨설턴트의 말처럼 “파트너 선택은 문제를 선택하는 것”이고, 우리는 사랑에 빠질 때마다 다른 문제와 씨름하게 된다. 평생을 탐구해도 답이 없는 문제 아닌가.

 좀 다른 점은 글쓴이가 코미디언을 겸한 의학박사라는 사실. 앞서 출간된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한 독일 괴짜의사다. 20여 년간 웃음트레이너, 무대 공연가로 활약한 입담을 살려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식으로 썼다. 그 자신의 코미디 공연 ‘사랑의 증거’에서 수집한 관객들의 실제 목소리로 생생함을 살렸다.

 술술 읽히는 힘의 절반은 유머에서 비롯된다. 이를 테면 관능이나 육체에 대해 적대적인 이들에게 이렇게 한방 날린다. “만약 신께서 우리가 자위하는 걸 원치 않으셨다면 그냥 우리 팔을 짧게 만드셨을 겁니다.”

 남녀 얘기가 곧 관계 얘기고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다. 멋진 남자 그 자체가 아니라 아름다운 여자와 함께 있는 남자에게 관심을 갖는 여자들의 심리엔 인류 진화의 DNA가 새겨져 있다. 저자는 일부다처제가 반여성적인 것 같지만 실제론 별볼일 없는 남자들이 오히려 낙오되는 제도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심지어 남자들에게 일부일처제란 좋아하는 메뉴 한 가지만 평생 먹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비유까지 나온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얘기가 아니라 ‘원래 그렇게 구조화된’ 남녀 차이에 주안점을 둔다. 그래도 탓하기 어렵다. 과학·심리학의 최신 실험과 학설을 끌어들여 무게를 실었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먹기 좋게 요리한 처세서 정도로 이해하자.

 “과학은 자기 것을 남들에게 적용시키는 게 아니라 다른 많은 것들에서 출발해서 결국 자신에게 도달하는 과정”(305쪽)이라는 말은 이 책에도 적용된다. 결국 나를 이해하기 위해 보편적인 남녀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것 아닌가. 책의 논리에 따르면 남자는 본능에 충실하기 때문에 여자로선 이런 책을 읽기보다 화장을 하는 게 남자를 다루는 데 더 도움이 된다. ‘남자 탐구’ 그만하고 실제로 사랑을 하려면 말이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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