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업무 관계없는 MBC 발령 무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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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가 파업에 참가한 노동조합 소속 방송인들을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발령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장재윤 수석부장판사)는 21일 “방송 제작과 방영을 맡는 기자ㆍ아나운서ㆍPD를 이와 관계없는 부서에 발령낸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권리남용에 해당해 무효”라며 MBC 노조가 낸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MBC의 전보발령은 모두 업무상 필요성이 없거나 현격히 낮다”고 판단했다. 또 “직종이 변경되면서 직업생활의 기대권이 침해되는 등 업무상ㆍ생활상 불이익이 크다”며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노동조합에 대한 사전 통보 없이 전보발령을 내린 사실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정근ㆍ허일후 아나운서, 왕종명ㆍ박준우 기자 등 65명의 조합원이 현업으로 복귀할 근거가 마련됐다.

MBC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지난해 1월 파업을 시작했다. ‘김재철 사장 퇴진, 공정방송 사수’를 걸고 6개월간 파업을 진행했다. 그해 7월 17일 파업 중단을 결의하고 업무에 복귀했지만, MBC는 그날 이들에 대한 전보 발령을 냈다. 기자ㆍ아나운서ㆍPD 등 방송인들은 업무와 관계없는 용인드라미아 개발단, 신사옥건설국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부서들은 부지를 관리하거나 사옥 건설을 담당하는 등 방송 제작과는 동떨어진 일을 하는 곳이다. 이에 MBC 노조 조합원들은 “업무상 필요 없이 (전보 발령이) 이뤄졌고 (업무가 변경돼) 중대한 불이익을 줬다”며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하지만 MBC가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이들을 일선 업무 현장으로 복귀시킬지는 아직 미지수다. 남부지법 관계자는 “MBC 사측에서 노조의 가처분 소송 이후 전보 발령을 낸 조합원들을 모두 교육 발령으로 바꿨다”며 “현재 교육발령 관련 무효 소송이 진행 중이라 이번 전보 발령 무효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MBC 노조 박재훈 홍보국장은 “파업 참가만을 이유로 한 보복 인사에 대해 법원이 최초로 제동을 건 사례로 환영한다”며 “사측이 이 법을 따르지 않는다면 간접강제(법원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 등을 내게 하는 조치) 신청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MBC 사측 관계자는 “판결문이 접수되는 대로 관계자 협의와 법적 자문 등을 거쳐 회사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은ㆍ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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