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8세 줄줄 읊는 한국 아이들 『먼나라 이웃나라』 덕이라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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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원복 교수가 완간된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를 앞에 놓고 웃고 있다. [김영사 제공]

“영국으로 유학을 간 아이가 수업시간에 헨리 8세에 대해 줄줄 읊어 선생님을 놀라게 했다고 해요. 『먼나라 이웃나라』를 읽은 덕분이라고 학부모들에게 인사를 받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1987년 초판 출간 후 1700만 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교양만화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가 15권 ‘에스파냐’를 끝으로 33년 만에 완간됐다. 저자 이원복(67) 덕성여대 석좌교수는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 인생의 절반을 바친 작품을 끝내려니 시원섭섭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1981년 신문 만화로 연재를 시작해 87년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편 등이 단행본으로 나오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75년 독일로 유학을 간 이교수가 그 때까지 잘 몰랐던 서양 역사를 새롭게 접하며 “이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만화로 옮긴 것이 계기였다. 90년대부터는 이웃나라로 눈을 돌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미국 역사를 두루 다뤘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세계화, 글로벌화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 이 시리즈가 나왔다.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도 커지던 때라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반 유럽 지역을 다루면서 중복되는 역사적 사건이 많아 에스파냐(스페인)를 건너뛰었다. 하지만 이가 빠진 듯 계속 아쉬움이 남았다. 마지막권으로 출간된 에스파냐편에서는 1492년에 통일과 함께 ‘해가 지지않는 대제국’을 건설한 에스파냐가 유럽역사의 변방으로 밀려나는 과정에 주목했다. “대제국을 건설한 에스파냐는 점차 카톨릭 정신만을 강조하는 ‘순혈주의’에 빠지면서 이슬람과 유대인들을 모두 몰아내죠. 이런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정치가 쇠락의 원인이 됩니다. 이제 막 다문화사회로 들어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강대국의 역사를 주로 다뤘던 『먼나라 이웃나라』에 이어, 앞으로는 한국 교육에서 소홀히 다뤄지는 국가들을 탐구하는 『가로세로 세계사』 시리즈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그동안의 영미중심 역사를 넘어, 보다 넓고 촘촘하게 세계사를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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