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원 장서각서 한국문학사의 주춧돌을 움직이게 하는 보배로운 자료를 찾아낸 서울대문리대정병욱(44) 교수는 금년 학계서 최대의 수확을 거둔 「히로」. 먼지투성이의 서고속에서 근2천4백 책의 낙선재문고를 독파하기 1년. 끝내,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대하소설 등 l백20여편의 새 자료가 있음을 확인하자 그 소식은 학계를 크게 긴장시켰다.
8월22일, 낙선재문고 소식은 우리나라 신문사상 문학관계 기사가 1면「톱」에서 각광받은 최초의 유례를 만들었다. 『문학기사가 1면「톱」이 되다니 참 통쾌하더군요』-고초의 보람을 처음 느꼈다는 정교수의 말이다.
그에게 집중된 각광은 방대하고 읽기 어려운 그 궁체소설을 정리·조사했다는데 있다. 국문학계의 일부에선 『낙선재문고가 있다는 건 나도 안다』는 식의 「행차 뒤의 나팔」을 불었지만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나도 아노라」하는지…』오히려 정교수는 그 후에도 장서각에 와서 관심을 갖고 뒤져보는 이를 한사람도 보지 못했다고 섭섭해한다. 『적어도 이제까지의 목록식 소설사는 탈피하게 됐죠. 낙선재문고의 소득은 바로 본격적인 소설사를 만들 자료를 구했다는데 있습니다. 구성과 인물 등 다 연구되면 몇 가지 「패턴」이 축출될겁니다.』 그는 앞으로 중국문학과의 비교연구가 큰 과제라고 지적한다. 번역·번안 및 그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이냐 하는 「소스」를 밝히자면 중문학계 및 중국의 학계에서 협조가 필요하다고.
제2단계로 정교수는 현대문으로 옮겨 쓰고 주석하는 일을 착수했다.
「완월회람연」등 대장편을 제외하고 「천수석」「보은기우록」등 비교적 짧은 것 30편을 골라 우선 출판할 계획이다.
8명의 연구원을 동원하여 두 달간 쓴 것이 고작 원고지 4천장. 『학문이란 원래 끝이 없는 게 아닙니까?』 한다.
그것도 출판사가 고로를 선불해 줘서 『다행히 계속하게 됐다』고 통사정이다.<석>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