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3089곳에 181억 부당 가산금리 검찰, 외환은행 본점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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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최운식)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외환은행이 수천 개 중소기업과 대출계약을 맺은 뒤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올려 받은 혐의(컴퓨터 등 사용사기)와 관련해서다. 검사·수사관 등 10여 명은 은행 본점에 도착하자마자 윤용로 행장실로 들어가 회계·전산 자료와 기업 대출고객 명단 등 대출금리 적용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시중 대형은행이 가산금리 조작과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외환은행이 2006년 6월∼지난해 9월 292개 영업점에서 기업 3089곳과 대출약정을 맺고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가산금리를 당초 약정보다 높게 전산망에 입력하는 수법으로 181억원을 더 받은 사실을 적발해 이달 초 검찰에 고발했다. 외환은행은 기업과 대출 금리를 약정한 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는 등 대출 여건에 변화가 생긴 경우 금리를 변동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유지하거나, 대출약정을 무시하고 임의로 가산금리를 올려 받아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기업으로부터 평균 1.27%의 금리를 올려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압수수색은 박근혜 정부가 지난 11일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서민 대상 대출사기 등 금융범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뒤 일주일여 만에 이뤄졌다. 검찰 관계자는 “돈을 빌려줄 때 부당한 담보나 예금 가입 등을 요구했는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기업의 권익을 침해했는지 등 폭넓은 부분에 대해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어 신속하게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경제민주화와 맞닿아 있다. 가산금리 조작으로 피해를 본 업체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중소기업은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며 “계약과 달리 대출금리를 올리더라도 다음 번에 대출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주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앞서 금감원은 관련 혐의에 대해 외환은행에 기관경고 조치를 내리고, 가산금리 부당 인상을 주도한 리처드 웨커 전 행장 등 전·현직 임직원 9명을 징계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자료를 분석한 뒤 현재 미국에 있는 웨커 전 행장을 소환할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수사 초기 단계라 지켜보고 있다”며 “수사 결과 불법이 드러날 경우 경영진에 대한 법적 대응 등 향후 절차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심새롬 기자

◆가산금리(加算金利·spread)

대출금리를 정할 때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위험가중 금리. 신용도가 높아 부도 위험이 낮으면 가산금리는 떨어진다. 은행은 대출금 증액, 담보·보증 변경, 대출자 신용등급 변경 등 사유가 없는 한 만기까지 약정한 금리를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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