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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수입병이 경공업 발전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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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공업의 현대화 수준은 뒤떨어져 있고, 일꾼(간부)들이 패배주의에 빠졌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북한의 경제 실상과 경제 관료들의 업무 태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18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 경공업대회’ 연설을 통해서다. 지난달 3차 핵 실험 이후 최전방 부대를 오가며 연일 대남 군사 도발 위협을 하던 그가 이번에는 내부 경제 문제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19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장문의 연설을 통해 ▶경공업 발전을 통한 인민경제 향상 ▶인민소비품 생산 독려 ▶경공업 부문 현대화와 과학화 등을 강조했다. 그는 먼저 “경공업 공장에서는 장군님(김정일)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제품이나 견본품을 만들어 전시하거나 상점에 진열하는 데 그치지 말고 대량 생산을 이뤄 인민들에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질이 낮은 소비품은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소용이 없다”며 품질 향상도 주문했다. “지금 경공업 부문에서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원료·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특히 김정은은 생필품 위주인 경공업 제품의 불법 거래와 수입병(輸入病·다른 나라의 물자를 수입하려는 경향)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생산된 제품이 비법(불법)적으로 거래되는 현상을 없애고 인민들에게 더 많은 소비품이 차례지게(돌아가게) 해야 한다”며 장마당(시장) 등을 통해 이뤄지는 생필품의 암거래와 불법 유통을 질타했다. 이어 “수입병이 경공업 발전의 걸림돌”이라며 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수입품 만연화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발언이 북한 내 원료 부족과 생필품 생산 부족 등의 절박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한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제재 국면에서 경제 악화가 심화될 경우 북한 주민의 동요가 생길 것을 우려한 발언”이라며 “북한이 대외적으로 군사적 긴장 관계를 강조해 주민 결속력을 강화하듯 대내적으로 주민 불만을 다독여 불안 요소를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융 제재 저승사자’ 서울 도착

데이비드 코언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19일 오후 서울에 도착해 정부 관계자들과 대북 제재 논의에 들어갔다. 코언 차관은 20일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방안 등을 협의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북한·이란에 대한 금융 제재를 담당해 ‘저승사자’로 불리는 있는 코언 차관의 이번 방한은 한·중·일 3국 방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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