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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감아」와 더불어 웃고 우는 은산분교 김성지 교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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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전시 홍도동 공동묘지를 왼쪽으로 한참 거슬러 올라가면 산비탈에 훤히 드러난 1백여호 초가집 마을이 있다. 남들이 부르길 천형의 마을이라 했다. 이 마을의 가양국민교 은산분교에 김성지(여·31) 교사가 부임한 것은 지난 5월. 처음 김 교사가 미감아들만의 학교인 은산분교를 지망했을 때 주위사람들은 놀랐다.
시교육청은 김 교사가 이 마을 미감아 학교에서 3년간 의무적으로 꼭 근무하겠느냐고 다지면서 각서를 받기까지 했다.
은산분교의 아동총수는6학년까지 통틀어 55명. 이들을 학년별 시간제로 지도하는 교사는 2명의 남 교사를 합쳐 모두 3명이다. 학교의 전 재산이라고는 허술한 목조교실 5개에 손바닥만한 운동장뿐이다. 아무 시설 없는 좁은 운동장에서 미감아들의 천진난만한 재잘거림이 파란 하늘에 퍼져나갈 때 사회의 냉대 속에 지친 그 부모들은 삶의 보람을 느껴왔다고.
김 교사가 이곳에 오기 전 은산분교에는 이미 미감아 교육에 몸을 바치겠다고 자원해온 서두호(32) 신현택(31)씨 등 두 남 교사가 있었다. 정서교육을 위해 여자교사가 꼭 필요했다. 이때 김 교사가 자원해온 것이다.
이제 김 교사는 미감아들의 어머니이며 선생님이다. 시무룩했던 어린이들의 성격도 화사하게 열렸다. 『각처에서 미감아와의 공학을 반대하는 정상아동들의 부형들이 갖는 그릇된 인식을 씻어 주었으면…』하는 것이 김 교사의 소원이라 했다.
김 교사가 이 학교에 부임해온 이후 차츰 정상아동들이 한 두명 자진해서 이 학교에 입학했다고 흐뭇해했다. 「천형의 마을」이라는 이 실낙원에 햇살을 몰아온 김 교사는 『어린이들을 위한 교재나 미끄름대쯤 장만할 수 있다면…』하며 아쉬워했다. 【대전=김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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