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차13」의 여운|유엔의 조건부 초청 수정안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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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방측의「조건부 초청안」이「유엔」총회정치위원회에서 가결됨으로써 올해도 한국대표만이「업저버」자격으로 한국문제토의에 참가하게 됐다. 한국이 지금까지 14번째 관철해 오던 한국 단독 초청안에 수정이 가해진「처치」안은 북괴가「유엔」의 권능과 권위를 존중할 것을 거부함이 명백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한국 단독초청안이나 다름없긴 하다.
작년의 단독 초청안이 50대20 기권 20표로 통과된 것과 비교하면 그 표수가 현저히 증가된 것은 사실이고 공산12개국의 남북한 무조건 동시 초청안이 34대53으로 부결되어 작년보다 반대표가 14표나 늘어났으나「표수의 증가」라는 양적 변동에 앞서 초청안의 내용인 질적 변화가 더욱 주목된다.
지난l일「기니」의 의제순위 변경 긴급동의가38대37로 일단 가결되자 대「유엔」정책전환이 논의되기도 했으며 한국은 이에 대한 긴급대책이 요구됐다.
매년 감소되어온 단독 초청안의 표수와 북괴의 자주노선 선언,「아프리카」신생국 및 중립국의 발언권 확대 등 일련의 새로운 조류를 미국은 크게 감안했는지 모른다.
61년 북괴에 조건부로나마 초청장을 보내자는「스티븐슨」안 보다는 한국에 유리하긴 하나 초청장을 보낸다는 내용만 빠졌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 연례행사인 통한결의안과「언커크」해체 및 주한외국군 철수결의안이 표결을 기다리고 있으나「기니」의 기습작전에 당황했던 한·미 측이 투표공작에 열을 올린 점과「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낙관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하튼 이번 조건부 초청안은 제안국인 미국이 전략적인 의미에서 종전의 단독 초청안에 수정을 가한 것이라고 하나 한국에는 심각한 타격을 준 것임에 틀림없다. <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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