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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론] 다음은 투명성이다 (3·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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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동안 나라 전체를 흔들어 놓은 각종 부패 스캔들에 대해, 정부는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과 함께 여러 가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대책의 핵심은 사이비 벤처기업에 대한 특감, 특별수사검찰청의 신설, 매월 반부패관계장관회의의 개최 및 분야별 추진실태 점검으로 정리된다.

그런데 이들 주요 부패통제정책은 그 방향 설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여겨진다.

*** 벤처 거르기 시장 원리

먼저, 벤처기업에 대한 특감 문제다.정부는 벤처비리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진정한 벤처'와 '사이비 벤처'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 이들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그러나 작금의 벤처비리는 정부주도의 벤처정책에 그 근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벤처인증 제도를 도입해 벤처기업의 장래성을 판별하는 권한을 가지고, 또 이를 기초로 지원을 제공하게 되니까 밤을 새워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판정 권한을 가진 기관에 줄서는 것이 이익 추구에 더 유리하게 된다.

게다가 정부의 인정은 기업가치를 대외적으로 높여주는 상징이 되고 이러한 상징은 다시 주가를 높여주기 때문에 주가조작과 벤처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게 돼 작금의 벤처게이트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특감을 통해서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리겠다고 해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독점화된 권력은 부패하기 쉽기 때문에 정부의 직접적 지원 기능은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장경제로 이양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 특별수사검찰청 신설 문제다. 검찰 개혁에 대한 외부의 요구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은 오래 전부터 특별수사검찰청의 신설로 대응해 왔는데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도 권력의 영향을 받는 현실에서 검찰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그리고 검찰 지휘부의 지시를 무시하면서까지 특별수사검찰청이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가 주된 관심사라면 차라리 특수청의 역할을 부패방지위원회가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패방지위원회는 입법.사법.행정 3부에서 선발된 위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임기 3년 동안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면직 또는 해촉되지 아니하는 직무상 독립과 신분보장을 받고 있다.

게다가 고위공직자의 부패행위를 통제하는 역할을 이미 법에서 부여받고 있어 기관 중복의 문제를 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다.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이면서 권력독점적인 검찰은 선거를 거친 정치권의 통제를 받는 것보다 더욱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보다 많은 관심이 두어져야 할 것은 견제장치의 강화이며, 그런 맥락에서 검찰심사회나 재정신청 확대, 검찰내부의 권력분립 등 다양한 분권화 장치가 요망된다.

*** 상호견제만이 부패 막아

게다가 정부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민생관련 부조리에 대한 집중적인 감찰활동을 벌여 나가고 이를 매월 반부패 관계장관회의에서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작금의 각종 게이트는 부패통제기구들이 관련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들이 다른 일반 공직자를 점검하려는 모순된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부패통제기구들이 매월 만나서 서로를 덮어주기보다 자기개혁과 함께 치열한 상호견제와 통제를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감시자의 수가 적을 경우 이 모두를 관장하는 정치권력 또는 네트워크에 의해 부패행위가 덮어질 수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감시자들을 만드는 것이 부패통제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부패통제의 가장 확실한 방향은 관심 있는 시민들이 모두 감시자가 될 수 있도록 권력의 분권화를 제고하는 것이다.

金秉燮 <서울대 교수.행정학>

▶필자 약력=미 조지아 대학 행정학 박사(1990년).(전)행정개혁위원회 위원,(전)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 실행위원,(전)한국행정학회 연구이사 및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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