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 갖춘 빅4 권력기관장 박 대통령 불·탈법 근절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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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할 4개 핵심 기관장의 면모가 공개됐다. 박 대통령은 15일 검찰총장에 채동욱(54) 서울고검장을, 국세청장에 김덕중(54) 중부지방국세청장을, 경찰청장에 이성한 (57) 부산지방경찰청장을 내정했다. 지난 2일엔 남재준(69) 전 육군참모총장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지명했었다.

 이들 4개 기관은 정보력과 함께 사정(司正) 권한을 갖고 있어 ‘권력기관’으로 통한다. 4개 기관 수장의 면면을 보면 집권 초기 분야별로 불법, 탈법을 뿌리 뽑는 사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검찰총장에 채동욱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기업·정치권 수사에서 보인 특수수사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채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시절인 2003년 굿모닝시티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당시 여당(민주당)의 정대철 대표를 구속했다. 여권에서 “검찰이 간덩이가 부었다”는 말이 나오자 공개적으로 “우리 간은 건강하다”고 받아쳐 ‘간 큰 검사’란 별명이 붙었다.

 현대차 비자금 수사,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등 대기업·경제 수사에 실력을 발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내 대검 중수부가 폐지되는 걸 감안해서라도 수사통이 이끌어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경합하던 호남 출신인 소병철 대구고검장 은 기획통으로 평가된다.

 이성한 후보자를 경찰청장에 지명한 것도 정치적 판단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의 인선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경찰청장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했지만 현 김기용 청장을 전격 교체했다.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척결 등 4대 악 제거를 위해 경찰 분위기 쇄신이 절실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국세청 징수법무국장을 거친 김덕중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세원 발굴을 위해 강조하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할 적임자로 봤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고액 체납자의 숨긴 재산 추적을 위해 금융정보분석원 정보 접근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남 후보자의 기용은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하면서 대북 정보 파트 강화를 국정원 개혁의 방향으로 삼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출신 지역 안배 문제는 크게 고려하지 않은 인상이다. 네 사람 중 김덕중(대전) 후보자를 제외한 3명은 서울 출신이고, 영·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신이나 캠프 출신을 기용하 지도 않았다. 대신 ‘분명한 역할’을 제시하고 거기에 맞는 ‘맞춤형 전문가’를 발탁한 게 인선의 특징이다. 하지만 4대 권력기관장 인선뿐 아니라 국무총리 등 4부 요인(헌재소장은 공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자리에 호남 출신이 한 명도 기용되지 않아 정치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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