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처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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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08년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지방 중소도시 관현악단 연주자들이 해고 위협에 굴하지 않고 음악이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현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2004년 경북 김천시립교향악단에 입단한 이모(33·여)씨는 2년마다 위촉받는 비상임 연주자다. 이씨는 월 50만~70만원의 봉급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바이올린을 켰다. ‘미래의 정경화’란 꿈을 위해서였다. 이씨는 2010년 말 단장으로부터 “시에서 위촉기간이 만료된 단원 58명을 전부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는 말을 들었다. 교향악단에서 연주하고 싶으면 다시 오디션을 봐야 한다는 거였다.

 다음 해 1월 오디션에서 떨어진 이씨는 결국 해고됐다. 이씨 등 단원 26명은 해고를 승인한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구제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 안영진)는 최근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예술단 조례에 해촉 규정이 있는데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했다”며 “김천시민의 문화 활동을 위해 일했으므로 공공 업무를 수행한 계약직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지자체 소속 악단에 위촉돼 근무한 비상임 연주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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