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슴' 꿈꾸는 소녀들의 한바탕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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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잘 풀리면 일도 잘 풀리게 마련이다.

적어도 영화 '걸스 온 탑(Girls on top) '의 10대 소녀들은 이를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이들의 유일한, 그리고 최대 관심사는 오르가슴을 맛보는 것. 혈기왕성하게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또래의 소년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가짜로 신음소리를 내는 일은 '이제 그만-'이다.

잉켄(다이아나 암프트) .빅토리아(펠리시타스 볼) .리나(카롤리네 헤어퍼스) 는 열여덟살 단짝 친구들이다. 이들은 순수한 '절정'을 맛보기 위해 자전거 안장을 이용하고 인터넷 채팅을 통해 레즈비언 파트너를 구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남성 위주의 일방적 관계에 넌더리를 내면서도 이들은 끊임없이 진정한 사랑을 만나길 소원한다. 신문에 섹스 파트너를 구하는 야한 광고를 내고 일본 게이샤를 흉내내 콘돔으로 풍선을 불어 호박에 씌우는 등 끝없이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결국 소박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10대들의 통과의례인 성 문제를 코미디로 요리한 이 독일 영화는 한눈에 '아메리칸 파이'를 참고서로 썼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실제로 홍보도 그렇게 하고 있다) .

그렇지만 '아메리칸 파이'와 호형호제하기에는 코미디의 내공이 그리 두텁지 않아 보인다.

'미시즈 로빈슨'이 흐르는 가운데 친구의 엄마와 바람을 피우는-영화 '졸업'에서 따온-식의 무릎을 치게 하는 유머가 여기엔 없다.

강력 본드를 젤로 착각해 성기에 바른 아들을 이해하는 아빠처럼 매력적인 조역도 없다. 남은 것은 '여성판'이라는 간판뿐이다. 감독 데니스 간젤. 18세 관람가.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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