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WWE서 배워야 할 스포츠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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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의 첫 내한 경기가 열린 23일 잠실 실내체육관은 흡사 신흥 종교의 열성 부흥회를 연상시켰다. 레슬러라는 교주의 조그마한 제스처에 관중은 광신도처럼 일체가 돼 반응했다.

1020세대가 주축인 관중은 이미 특정 출연자의 퍼포먼스와 주특기는 물론 배신과 음모, 혹은 애증이 뒤섞인 WWE의 복잡한 스토리도 죽 꿰고 있었다.

1960~7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국내 프로레슬링이 "레슬링은 짜고 하는 경기"라는 폭로와 함께 음지로 내몰린데 반해 WWE는 오히려 "우린 처음부터 짜고 한다"라며 공개적으로 돌파함으로써 인기를 끌어모은 것이다.

문화평론가인 이정엽씨는 "영화에서 흥행 보증수표인 007시리즈도 결과는 뻔한 것 아닌가. 다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스릴과 액션에 매료되는 것처럼 WWE의 화려한 기술과 다이내믹한 경기 내용이 흥행 요소"라고 분석했다.

경인방송 WWE 해설자인 천창욱씨는 "각본에 따르지만 결과는 변화무쌍하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한다 하지만 레슬러들은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런 스포츠적인 측면과 엔터테인먼트가 혼합된 게 젊은층에 부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이미 10대 사이에서 WWE가 메이저리그나 프로농구(NBA)의 인기를 능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SBS 스포츠채널 해설가인 성민수씨는 "레슬러들의 캐릭터를 창출하고 스타로 키우는 WWE의 마케팅 시스템은 국내 스포츠계도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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