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미국 vs 도미니카 선수 몸값 합이 220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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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WBC 미국팀 라이언 브라운(오른쪽)이 13일(한국시간) 푸에르토리코와의 2라운드 2조 경기에서 1회 득점하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마이애미 AP=뉴시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고의 흥행카드가 성사됐다. 메이저리거들로 포진된 호화군단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이 4강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도미니카공화국은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WBC 2라운드 2조 첫 경기에서 돌풍의 이탈리아에 5-4로 역전승했다. 도미니카는 1회 초 선발 투수 에딘슨 볼케스(30·샌디에이고)가 부진하며 4점을 내줬다. 그러나 호세 레이예스(30·토론토)와 로빈슨 카노(31·뉴욕 양키스)의 솔로 홈런으로 따라붙은 뒤 7회 3점을 뽑아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미국이 5타점을 올린 데이비드 라이트(31·뉴욕 메츠)의 활약을 앞세워 푸에르토리코를 7-1로 눌렀다. 도미니카와 미국은 15일 오전 8시 같은 장소에서 승자전(JTBC 홈페이지 생중계)을 치른다. 여기서 이긴 팀은 결승라운드에 진출하며 진 팀은 패자부활전으로 밀려난다.

 미국과 도미니카는 이번 대회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다. 미국은 선수 전원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도미니카는 28명 엔트리 중 21명이 메이저리거다. 양 팀 선수 56명의 연봉을 합치면 2억 달러(2200억원)가 넘을 정도로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두 나라가 WBC에서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 1회 대회에서는 두 팀 모두 2라운드(8강)에서 탈락했고, 2009년 2회 대회에서는 도미니카가 1라운드 탈락해 맞대결할 기회가 없었다.

 두 나라의 관계가 미묘하다는 점도 흥미를 부추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1844년 아이티로부터 독립했지만 오랜 기간 미국의 내정간섭을 받았다. 이후 좌파 세력이 등장하면서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미국에 종속된 상태다.

 야구에 관해서는 오히려 미국이 도미니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도미니카가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공급하는 젖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WBC에는 불참했지만 앨버트 푸홀스(33·LA 에인절스)와 알렉스 로드리게스(38·뉴욕 양키스) 등 특급 스타들이 도미니카 출신이다.

 ‘야구의 나라’인 도미니카에서는 해마다 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에서 성공한 도미니카 선수들이 조국의 이름 아래 뭉쳐 미국을 꺾을 수 있을지 흥미로운 대목이다.

 한편 2라운드 이탈리아와 푸에르토리코의 2조 패자전(JTBC 홈페이지 생중계)은 14일 오전 8시에 열린다. 여기서 진 팀은 탈락하고, 이긴 팀은 미국-도미니카의 패자와 붙어 준결승 진출을 노릴 수 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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