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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대 사기" 용산 주민들 '멘붕'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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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장밋빛 꿈은 사라지고 악몽만 남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서울 용산구 일대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특히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 주민은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이라고 격분했다.

서부이촌동 일대 12만여㎡는 2007년 8월 17일 용산국제업무지구 특별계획구역에 포함됐다. 대림ㆍ성원ㆍ동원ㆍ중산ㆍ시범 아파트 1600여 가구, 연립ㆍ단독주택 600여 가구 등 2200여 가구가 속해있었다. 같은 달 30일 서울시는 투기 방지를 위해 입주권 대상자를 2007년 8월 30일 이전 소유자로 제한했고 이후 6년 넘게 재산권이 묶였다.

재산권 행사가 어렵자 그간 필요한 생활자금 등을 대출 받은 주민들은 망연자실이다. 성원아파트에 사는 김찬(45)씨는 4억원을 대출 받았다. 한 달 이자만 300만원이다. 2007년 10억원(감정가 기준)의 토지 33㎡를 담보로 2억5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얻었다.

그러나 보상이 늦어지면서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추가 대출을 받은 것. 김씨는 “7년이 다 되도록 이자만 물고 있으니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대출을 갚으려면 팔아야 하는데 10억짜리가 현재는 4억원도 되지 않아 개발이 취소되면 빚도 다 갚지 못하고 나앉을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민협의회 등에 따르면 2200여 가구의 절반 정도가 평균 3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이 늦어지면서 대출이자 등을 감당하지 못해 경매에 나온 집만 현재까지 120여 가구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여파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데다 개발 기대감이 사라지면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다.

대림 84㎡형(이하 전용면적)은 감정가가 12억원이지만 거듭된 유찰에 최저 응찰가격이 6억1440만원까지 내려갔다. 동원베네스트 84㎡형도 감정가(9억3000만원)의 64%인 5억9520만원에 경매에 부쳐진다. 용산구 이촌동 A공인 관계자는 “국제업무지구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 시세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용산 일대 투자자들도 손실 불가피

도시개발법상 개발구역 지정 후 3년 안에 서울시에 실시계획인가를 접수하지 않으면 개발구역 지정이 자동 해제된다. 용산개발사업은 2010년 4월 22일 지정돼 올 4월 21일까지 서울시에 인가 접수를 해야 한다.

서부이촌동 아파트 연합 비상대책위원회 김갑선 총무는 “하루가 멀다하고 부도가 나네, 안 나네 하는 통에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도 많고 자살한 사람도 있는데 아마 제2용산 참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땅값ㆍ집값 하락 등으로 국제업무지구를 믿고 용산에 투자한 투자자의 손실도 불가피해 보인다. 용산역 앞 재개발 구역의 지분(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은 한때 3.3㎡당 1억8000억원을 호가(부르는 값)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3.3㎡당 8000만원에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여기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함께 강변북로 지하화, 신분당선 연결, 대심도 전철노선 등 광역교통망 계획도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해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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