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찹쌀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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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찹쌀떡 한 상자에 20원이란다. 포장도 산뜻하고 깨끗한 것이 제법 불품이 있어 보인다. 더구나 견본으로 내놓은 찹쌀떡은 꼬마들 주먹만큼은 커보였다. 희미한 가로등에 비친 찹쌀떡의 흰빛깔은 충분히 어른들의 군침까지도 삼키게 했다. 그렇게 먹음직스러운 찹쌀떡이 한상자에 여덟개씩이나 담겨서 일금 20원씩에 판다는것이다.
일반 제과점에서는 그만한 찹쌀떡이면 한개에 5원내지 10원씩은 줘야먹을수 있다. 이렇게 헐값으로 파는것은 필경 누구의 결혼식장에서 부정으로 흘러나온 것이겠지하고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선뜻 한상자를 샀다.
오랜만에 거리에 나왔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으므로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원(원)이를 기쁘게해줄 심산이었다.
나는 엄마의 어떤 긍지같은 것을 느끼며 자못 의기양양하게 그 찹쌀떡 상자를 귀여운 원에게 내밀었다. 상자를 받아 펼쳐본 원은 『에게, 이거 공갈이다. 엄만 엉터리다』 하고 떡상자를 팽개친다. 거기엔 콩알만한 찹쌀떡들이 한군데 몰려있는데 이건 정말 견본과는 너무나 다른 엉터리다. 값싼게 비지떡이라지만 가난한 엄마의 심정은 그저 서글플 따름이다. <김부영·주부·32세· 서울정릉동산16∼1호 13통9반 신영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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