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중학에의길 어떻게하면?|욕심보다 언제나적성에|"교과서 그대로"라지만 평가는 언제나같다|진학은 실력이지 운이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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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실내는 「학력고사」로 한창. 어린수험생들이 숨을 죽이고 6년간의 학력을 초조하게 정리하고있다. 서울D국민학교 6학년l반교실.
담임선생 C씨는 『지금 이때가 1년중에 가장 괴롭고 긴 「회색의 시즌」』이라했다. 『전기중학의 원서접수 마감날인 25일까지는 진학자의 최종학력조사와 지망교의 조정에 심신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기때문』 이라는것.
올해의 「학교선택」은 예년과는 달리 당국의 지시에 따라 21일까지 학부형들로부터 「서면통고」를 받도록 되어있는것이 특징이다.
공식적으로는 이서면통고가 학교선택을 결정하는것이지만, 그래도 학부형들의 면담이 줄을 잇는다. 담임선생과의 대화를 통해 합격의 가능성을 미리 진단해 보려는 학부형의 심경은 올해도 꾸준하다.
그러면서 『막상 부딪치고 난뒤에는 담임선생의 권고를 안따른는 학부형이 태반』이라고 C선생은 「아이러니」 일석.
O교장선생은 『실력대로 움직이지않고 욕심만 부린다』고 학부형을 꾸짖는다. 하지만 꾸중만으로 학부형의 일류병이 가시지는 않는모양.
『우리집 주인은 학력이 없기때문에 종업윈들로부터 멸시받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자식만은 기어이 일류교에…』(어느사장부인의 말) 『뭐니 뭐니해도 학력이 자본이므로…』 (한공무윈부인의 말)
이같은 허영과 고집때문에 해마다 수많은 수험생이 낙방의 고배를 마시는데도 학부형들은 막무가내라는 이야기다.
C선생은 이 일류병현상을 가리켜 『진학은 과학이지 결코 요행이나 운이 아니라』고 따끔히 촌평. 『진학이 수험생 한사람 한사람의 싸움인이상 싸움에는 이기지않으면 안된다. 반드시 합격된다고 생각되는 곳이 아니면 아예 지원하지 않는것이 작전상 필요하다』고 C선생은 지론을 편다.
C선생의 이 지론의 근거는 『6학년 담임선생의 진학진단이 약80∼90%는 맞아 가는데 있다』는것.
D국민학교의 경우 2학급에서 10등이내면 A중학, 20등이내면 B중학, 30등이내면 C중학에 가는것이 정상적인데 『반수이상의 학부형이 학력검사결과의 석차를 믿지않는다』고. 특히 올해는 『교과서안에서만 출제한다』니까 문제가 매우 쉬운줄로 잘못 알고 너나 할것없이 모두 일류교에만 지망하려고 들어 큰골칫덩어리라했다.
멀지않아 『설득으로 학부형과 대결하는 모습』이 속출될것을 근심하는 담임선생도 있다. 6학년담임선생들의 이야기로는『문제를 교과서안에서 내더라도 얼마든지 지능을 「테스트」하는 함정이 있다』는 경고. 중학진학의 방향이 현실적으로 「적성」이나 「통학거리」에는 구애되지 않는다손치더라도 수험생의 지망내지 실력마저 저버린다면 그야말로 「부모의 욕심」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것 같다. 학교선택의 정석은 통상적으로 말해서 ①수험생 ②학부형 ③담임선생의 순으로 그의사가 집약되어야 하는법-. O교장선생은 『이것이 삼위일체로 표현되면 얼마나 이상적이겠어요』라고 안타까와했다.
교장선생이 수험생과 학부형들에게 드리는 마지막부탁 -「모두가 일류교에만 가려는것은 큰 잘못이에요. 평소의 학과성적과 학급담임선생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여 학교를 택하세요』 그러니까 어린이의 적성, 학력에 기초를 둘것이지 부모의 욕심에 기초를 둬서는 안된다는 얘기이며 이것은 곧 어린이를 인간으로서 키워가는 근본이기도 하다는것이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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