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문화선진국 되려면 순문예 지원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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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작가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전세계의 독자를 열광시키더니 그것이 영화화되어 영화관마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팬터지 문학이 하나의 문화산업이 된 것이다. 영국에서는 『해리포터』시리즈의 성공을 두고 셰익스피어 이후 최대의 문화 수출품이라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콘텐츠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정책 담당자들은 그것을 부러워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작가들은 도대체 그런 멋진 작품을 왜 못 만들어 내나 하면서 작가들을 질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해리포터』시리즈는 아이의 우유값이 모자란 한 여성의 순간적인 착상에서 비롯된 결과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해리포터』시리즈는 역시 영국 작가인 J. 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나아가서는 『반지의 제왕』은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영국의 도도한 순문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4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던 『현대문학』을 비롯한 여러 문예잡지들이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2백여종이 넘는 문학 잡지 중에서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곳은 출판 쪽에서 차입 경영을 하는 소수의 잡지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수의 문예지라도 원고료는 10여 년이 넘게 장당 5천~6천 원 선에 묶여 있다.

그것의 가장 큰 이유는 문예진흥원의 문예잡지 원고료 지원 정책이 이런저런 잡음 때문에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문학은 문예잡지를 토대로 성장했고, 많은 작가와 시인들이 문예잡지에 좋은 작품을 발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 문단 일각에서 『현대문학』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현대문학』이라는 잡지 하나에 대한 애정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상징적으로 한국문학을 살리기 위한 운동이고, 나아가서는 문화콘텐츠를 육성하자는 취지이다.

빈대 몇 마리 때문에 집을 불태울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문화 선진국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순문예에 대한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문화관광부 관계자를 비롯한 정책입안자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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