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현 교수 “섣부른 추격매수는 위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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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호 22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ㆍ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

전문가 긴급 진단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조주현(60ㆍ사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의 진단이다. 회복 기미는 보이지만 확실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조 교수는 이어 “국내외 경기가 복잡하게 연동하는 만큼 부동산 경기 판단 지표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1988년 미국 MIT에서 박사학위(도시 및 지역계획학)를 받은 조 교수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과 정치대학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한국주택학회와 한국부동산분석학회 고문으로도 활동 중이다. 아래는 일문일답.

-부동산 경매와 부동산 경기는 어떤 관계가 있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선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 경매 물건이 많이 나온다. 좋은 물건이 많아지면 경매 입찰자 수도 늘어나고 낙찰가도 올라간다. 사실 경매는 불황형 산업이다. 불황이 깊을수록 주택담보대출 이자 같은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한 부동산들이 경매시장에 더 많이 나온다.”

-부동산 경매만으론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지 않나.
“그렇다. 경매를 가지고 부동산 시장의 바닥을 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매가 나름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경매 참가자 수가 줄어든다거나 경매 물건이 나오는 속도가 조금 둔화되는 등의 조짐은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경매 역시 전체 부동산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다. 하지만 경매물건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시장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경매는 어디까지나 전체 부동산 시장의 일부인 종속된 시장이니까.”

-경매물건이 많이 나왔다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일반적으로는 이자 같은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한 부동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뜻대로라면 불경기가 심화되는 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부동산 바닥을 다진다는 의미는 없나.
“희망적으로 말하면 그렇다. 사실 시계열적으로 과거의 통계치를 함께 봐야 한다. 부동산 업계에는 ‘10년 주기설’이란 게 있다. 10년마다 부동산 경기가 불황과 활황을 반복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1970년, 80년대 말에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 하지만 90년대에는 외환위기(IMF)가 터지면서 10년 주기설이 일정 부분 깨지기도 했다.”

-현재 시장 상황도 10년 주기설에 근거해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10년 주기설은 여전히 시장에서 유효하다. 10년 이상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 정부에서는 무엇인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내놓아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섣부른 추격매수는 위험하다.”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 전망은 희망적으로 보나.
“최근 부동산 시장의 특징은 경기의 변화가 있다고 해도 진폭이 계속 줄어드는 편이다. 경기 상황이 변해도 가격이 크게 뛰거나 내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요새는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나. 과거에는 정부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흔드는 주요 원인이었지만 요즘은 가격 하락의 원인이 다원화된 만큼 단편적인 요인만으로 시장을 판단해선 안 된다. 시장 전체가 국내외적으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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