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8을 선택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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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보(18~24)=흑▲로 하변을 구축한 장면에서 판팅위 3단이 다음 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포석이 조금 기세의 대결로 흐른 탓에 여기저기 손 뺀 곳이 눈에 띕니다. 상식적인 진행은 아니라는 뜻이고 그만큼 두고 싶은 곳이 많다는 얘기지요. 17세 청년이지만 37세처럼 침착한 판팅위가 드디어 18을 선택했습니다.

 이 18에 대해 선악을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18의 선택이 이 판의 행로를 결정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겁니다. 18 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라면 ‘참고도’ 백1입니다. 하변 쪽으로 흑이 장대처럼 늘어섰으므로 흑A로 육박하는 수가 어느 때보다 강렬해졌거든요. 그걸 피해 백1로 벌리는 수는 균형적이고 온건합니다. 타협의 마인드라고 할까요.

 백1 대신 B로 젖히는 수도 떠오릅니다. 바둑을 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손 뺀 곳을 응징하고 싶은 욕망이 있지요. B는 균형보다는 파괴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수입니다. 그렇다면 판팅위는 왜 18을 선택한 것일까요. ‘돌이 서로 얽혀 있는 곳’이야말로 가장 급한 곳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흑은 일립이전(一立二展)을 어기고 한 칸 넓게 벌렸으므로 약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백도 먼저 공격당할 수 있는 모습이므로 지금 아니면 약점을 찌를 기회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말하자면 18은 ‘타이밍’을 중시한 수입니다. 그후 24까지의 수순은 이런 정도입니다. 그 수순보다도 18의 선택에 담긴 판팅위의 치열함이 가슴에 와닿는 대목입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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