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크본드 버블 붕괴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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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글로벌 정크본드(비우량 회사채)시장에 파동이 올 조짐이다. 정크본드 시장은 최근 1~2년 새 세계적인 채권투자 붐을 타고 급성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블랙록과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정크본드를 대량으로 공매했다”고 5일(현지시간) 전했다. 블랙록과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자산 규모 기준 세계 1, 2위 자산운용사다.

 공매도는 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해당 주식이나 채권을 빌려서 파는 것이다. 그 자산 가격이 판 값보다 더 떨어지면 되사서 건네주고 차익을 챙긴다. FT는 “펀드들의 공매도는 정크본드 지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이뤄진다”며 “공매도 물량이 정크본드 ETF의 약 10%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한 회사의 주식의 10% 정도가 공매도 물량이라면 그 회사 주가가 폭락 일보 직전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정크본드 공매도는 기관투자가들이 앞장서고 있다.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은 사들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기관투자가들이 정크본드가 부도 날 때를 대비해 서둘러 보험을 들고 있다”고 전했다. 여차하면 채권 원금을 보장받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를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 머니(현명한 투자자)’가 탈출 채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정크본드 값은 2012년 초 이후 20% 가까이 뛰었다. 1980년대 1차 정크본드 거품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정크본드 값이 뛰자 시장금리(만기수익률)는 최근 연 5.6%까지 내려갔다. 비우량 기업의 금리가 스페인 국채금리와 비슷한 수준이 된 셈이다. 이런 틈에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채권을 발행했다. 올 1~2월 1000억 달러(약 108조원)에 가까운 정크본드가 시장에 쏟아져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제2의 정크본드 파동을 우려하는 채권 전문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80년대 말 1차 파동 때는 미국 저축은행인 대부조합(S&L)들이 줄줄이 파산했다. 대부조합들은 고수익을 좇아 정크본드를 사들였다가 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된서리를 맞았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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