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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전매 '살려두나 막나' 뜨거운 감자

중앙일보

입력

서울동시분양은 매달 치러질 때마다 새로운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말 11차때는 사상 최다인 11만여명이 몰렸고, 지난 8일의 12차에서는 43.4대 1이라는 사상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다.

아파트 값이 오르자 신규 분양의 인기도 높아지는 가운데, 분양받자마자 되팔아 전매(轉賣)차익을 챙길 수 있는 분양권 전매 제도의 헛점이 속속 드러나며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99년 2월 분양권 전매금지 조치가 풀린 후 청약 통장이 재테크 복권으로 변질되고 있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된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50% 이상이 계약 전후에 손바뀜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해 9월 나온 삼성동 아이파크는 62%가 주인이 바뀌었으며 논현동 동부, 문정동 삼성아파트도 반년 만에 일반 분양분의 55~70%가 전매됐다.

지난 5일부터 라성건설이 강남구 도곡동에 분양했던 아카데미스위트 35평형은 벌써 2천만~3천만원의 호가가 붙어 있다.

일부 떴다방들은 선착순 분양 때엔 일주일 전부터 간이 의자를 줄세워 놓고 분양신청자들로부터 5백만~1천만원의 '자릿세'를 받았고 이 돈이 결국 분양권 프리미엄만 높였다.

분양권 전매가 처음 허용될 때는 외환위기로 인해 중도금 못내는 사람이 많았고 주택업체의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효과를 발휘했지만 지금은 환경이 달라진 만큼 이 제도에 손을 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청약자 수가 크게 늘면서 분양권 전매가 원래 의도와 달리 악용되고 있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책임연구원은 "전매 제도로 내 집마련을 바라는 실수요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전면 금지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경제연구원의 김성식 박사도 "분양권 전매는 허용하더라도 재당첨 금지제도나 중도금 2회 납부 후 허용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업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임인택 건설교통부장관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분양권 전매 금지조치를 부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폐지했던 규제를 다시 도입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따르고자 하는 정책 방향과 맞지 않고 과거 분양권 전매가 엄격하게 금지되던 시기에도 전매를 통한 투기사례가 많았다는 것을 볼 때 그 실효성도 의문시된다"고 덧붙였다. 전매로 인한 부당 이익은 양도소득세를 통해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서종욱 이사도 "이제 와서 전매제도에 다시 손을 대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며 "강남권에 한정된 문제를 갖고 침소봉대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seom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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