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돈줄 포함 제재 강화… 중국도 동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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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게리 로크 주중 미국대사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고 있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들어가려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질문을 받고 있다(왼쪽). 이날 저녁 김영철 북한 군 정찰총국장이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판문점 대표부 활동도 전면 중지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조선중앙TV]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이전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우선 미국과 중국이 강도 높은 금융제재에 합의하고 나선 점이 눈길을 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이 확정되기도 전인 5일 북한이 정전(停戰)협정 백지화와 북한군의 판문점 대표부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나선 것도 그만큼 북한이 제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엔 안보리는 6일 오전 1시(현지시간 5일 오전 11시) 안보리 15개 이사국에 제재안 초안을 비공개로 회람하고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제재안에는 대북 금융제재를 유엔 회원국들이 강제적으로 이행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엔 헌장 7장 41조(비무력 제재)는 언급되지만 논란이 돼온 군사적 제재(7장 42조) 내용은 이번 제재안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리의 핵심 상임이사국인 미·중이 제재 결의안에 합의함에 따라 이변이 없으면 새로운 결의안이 며칠 안에 공식 발표될 전망이다.

 새 제재 결의안에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규탄(condemn)하고 ▶추가 핵실험을 포함한 도발을 하지 말도록 북한에 요구(demand)하고 ▶1718호·1874호·2087호 등 기존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할 것을 북한에 요구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통상부 조태영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번 채택된 내용보다 상당히 진전된 내용이 추가됐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안보리 이사국들 간에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용을 미리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중이 합의한 제재 결의안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위성) 발사 이후 올 1월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2087호 결의안보다 제재 강도가 세졌다”고 전했다. 그는 “기존 제재가 안보리 회원국들에 제재 결의안 내용을 권고하는 내용들이었다면 이번 제재안엔 금융제재를 강제적으로 이행하도록 유엔 회원국들에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추가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예컨대 2087호 결의안에 신설된 ‘전면적 감시(catch all)’ 조항의 경우 북한의 이중 용도 물자에 대해 제재 대상인 북한의 개인·단체뿐 아니라 그들의 대리인, 부탁을 받은 개인·단체에 대해서도 유엔 회원국들이 수출입 때 주의를 기울이도록 촉구(call on)했으나 새로운 제재 결의안에는 법적 의무가 부과될 전망이다.

 미·중이 강제 조항을 추가한 것은 앞서 안보리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1월 22일(현지시간) 2087호 제재 결의안을 발표하면서 “추후 (북한의) 핵실험 시 ‘중대한 조치(significant action)를 취한다”고 언급했는데도 북한이 이를 무시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따른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분석했다.

 그러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 의회가 이란에 적용해온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의 제재 대상 기업들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에도 미국 금융회사들과의 거래를 금지함으로써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관련된 북한의 자금 흐름을 원천 봉쇄하는 강력한 조치다. 적절한 수준의 제재를 주장해온 중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중국이 최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개막일(5일)에 맞춰 제재안에 대해 미국과 전격적으로 합의한 것도 눈길을 끈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이번 전인대에서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가 국가주석으로 공식 선출되는 마당에 북한 핵실험으로 초래된 불편한 상황을 일단 정리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세정·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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