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대·기아차, 세계 5위도 흔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세리코스 현대차 대리점에서 마이클 길리건 사장이 고객에게 차량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엔저 공세로 인해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미국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 감소했다. [사진 현대차]

“궁극적으로 덩치가 큰 5~6개 회사만 살아남는다.” 자동차 업계에는 2000년 초반부터 이런 ‘글로벌 과점화론’이 굳어져 있다. 당시만 해도 세계 7~8위권이었던 현대·기아자동차는 급성장을 거듭해 거짓말처럼 세계 5위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엔저가 세계 자동차 시장을 흔들면서 마지노선인 5위 수성을 장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지난 1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보다 도요타는 27%, 혼다는 13% 더 많은 차량을 팔아치웠다. 2월에도 도요타의 판매량은 4.3% 늘었다. 미국만이 아니다.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빅3’는 지난 1월 중국시장에서 20% 이상씩 판매가 늘었다. 이런 압박은 현대·기아차의 미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 엔저로 두둑해진 주머니를 바탕으로 친환경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연내에 친환경차 보조금 제도를 개편해 친환경차 가격의 10% 정도를 보조해줄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신차 판매량 중 친환경차 비중을 2020년까지 2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 연구개발비가 줄어들어 미래 성장동력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후발 주자인 중국차 업체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중국자동차 업계는 사상 처음으로 해외 수출 100만 대를 돌파했다. 정환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자동차산업 육성 정책은 2009년 전기자동차 개발 지원을 계기로 단순 추격을 넘어 추월 정책으로 변모했다”고 진단했다. 기술 격차가 커 따라잡기 힘든 기존 자동차 대신 대부분 업체가 개발 단계에 있는 전기자동차를 통해 단번에 앞서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지위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곧바로 생존의 위기에 몰릴 수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관계기사]

▶ 텅 비어있던 日도쿄 유흥업소, 예약 손님들로 '북새통'
▶ 수출 제국 일본의 부활…도요타, 전세계서 주문 쇄도
▶ 현실 된 엔저 공포…차츰 먹히고 있는 'Made in Korea'
▶ 정부, 엔저 대응책 마련 비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