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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어있던 日유흥업소, 예약손님들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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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오른쪽)가 지난달 28일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과 웃으며 얘기하고 있다. 일본에선 공격적 엔저 정책에 힘입어 기업에 활력이 돌고 소비도 살아나고 있다. [도쿄 로이터=뉴시스]

“5년의 시련은 끝났다.”

 리먼 쇼크로 시작해 미국에서의 대규모 리콜 사태, 동일본 대지진, 그리고 중국에서의 불매운동이란 연속 펀치를 맞으며 비틀거리던 도요타자동차에 활기가 돌아왔다. 원군은 물론 최근의 ‘엔저(엔화 약세)’다.

 일본 언론들은 “올 3월 말 결산을 맞는 도요타의 실적은 엔저 덕에 6년 만에 급격한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국 현대차의 약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던 일 언론들도 “한국차가 도요타를 많이 따라왔다고는 하나 아직도 부품·소재에선 일본에 의존하는 구조”라며 ‘낙관론’을 내놓기 시작했다. 낭보는 일본의 ‘대표 주식회사’인 도요타에만 날아든 것은 아니다.

 혼다·닛산(日産)자동차·스즈키 등 일본 기업 전체 이익의 20% 이상을 벌어들이는 일본 자동차산업의 활기는 관련 부품업체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일본 조선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쓰비시중공업의 노지마 다쓰히코(野島龍彦) 상무는 “통상 달러 베이스로 수주 계약을 하다 보니 한국 업체에 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엔저로 우위에 서게 됐다”며 활기가 넘친다. 엔저로 인한 주가 상승으로 일본 기업들의 호주머니도 두둑해졌다. 투자를 위한 실탄이 수북이 쌓여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시가총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때 일본을 역전했던 한국 경쟁업체를 재역전했다.

 이달 말 결산을 맞는 일본 상장기업 중 1980년 이후 33년 이래 최고 이익을 기록할 기업 수도 전체 상장기업 3552사 중 15.3%인 545사로, 사상 최다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혼다·도시바를 비롯한 일본의 대다수 주요 기업의 지난해 환율 상정치는 달러당 78~85엔. 현재 수준이 92~93엔이니 그 차이만큼 이익은 늘어나게 돼 있다. 도요타의 경우 엔저가 1엔 진행될 때마다 영업이익이 350억 엔씩 불어난다.

 엔저의 온기는 개인 소비에서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9일 일본백화점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올 1월의 백화점 매출 중 미술품·귀금속 등 고가품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6.8% 증가한 211억 엔(약 2500억원)에 달했다. 다카시마야(高島屋)백화점 관계자는 “샤넬·루이뷔통 등 고급 해외 명품을 사는 고객 1인당 단가가 2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여행 수요도 크게 늘어 한큐(阪急)교통사의 경우 다음 달 이후 출발 예정인 1인당 30만 엔(약 350만원) 이상 해외 크루즈 상품에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의 예약이 몰리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일과성이 아닌 강력한 추진 동력을 갖고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이 금융시장과 소비시장으로 파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닥을 헤매던 땅값과 집값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수개월 전만 해도 텅텅 비던 도쿄의 유흥업소들도 요즘 예약 없인 발을 들여놓기 힘들 정도다.

 이에 따라 일 정부는 지난달 27일 경기 전망을 두 달 연속 상향 조정했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정·재생담당 대신은 ‘향후 리스크 요인’의 항목에서 ‘디플레 영향’을 삭제했다. 3년4개월 만의 일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더욱 희망을 갖는 건 “엔저의 진짜 효과는 엔저 시작 6개월에서 1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는 경험칙이다. 지금은 주로 숫자상의 이익 증가이지만 실제 경제 현장에서 생산 증가→임금 상승→소비 증가의 선순환이 곧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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