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인터내셔널] '허리케인' 이형택 8강코트 상륙

중앙일보

입력

"결혼도 5년 뒤로 미뤘습니다.5년 안에 승부를 내겠습니다. 올해가 그 시발점입니다."

새해를 맞으며 굳게 다짐했던 이형택(26.삼성증권)의 각오가 일찍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올해 첫 남자 프로테니스(ATP)투어인 아디다스 인터내셔널 대회(총상금 40만달러)에 참가한 이형택이 1,2회전에서 세계적 강호들을 잇따라 완파하며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세계랭킹 1백15위인 이선수는 9일 호주 시드니 국제테니스센터에서 벌어진 남자단식 2회전에서 세계 82위 카롤 쿠체라(슬로바키아)를 맞아 2-0(6-1,6-2) 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이형택이 ATP 투어 대회에서 8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네번째다. 쿠체라는 세계랭킹은 그리 높지 않지만 1m87㎝의 큰 키에서 뿜어내는 강력한 스트로크를 무기로 1999년 호주오픈 8강, 윔블던 16강까지 올랐던 강호다.

이형택이 돋보이는 것은 단순히 쿠체라를 이겼다는 사실보다도 그 게임 내용이 훌륭했다는 점이다. 이선수는 과감한 네트 대시로 공격의 주도권을 잡고 두 세트 통틀어 단 세 게임만 내줬다. 첫 세트를 6-1로 가볍게 따낸 이형택은 2세트에서도 여세를 몰아 6-2로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이형택은 1회전에서 한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7번 시드의 카를로스 모야(스페인.세계 19위)를 2-0으로 제압,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형택은 8강전에서 보단 올리히라흐(체코)를 2-0으로 꺾은 앤디 로딕(미국)과 4강 진출을 다툰다.

미국의 차세대 에이스인 로딕은 지난해 5월 US 클레이코트 챔피언십대회 결승에서 한국테니스 사상 첫 투어 패권을 노리던 이형택의 꿈을 좌절시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