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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과 도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마담] 이란 말은 가정부인을 뜻하는 불어-. 본고장에서는 사교적인 점잖은 용어이지만 한국에서는 좀 수상한 뜻을 내포한 호칭이다. 가정과 인연이 먼 부인들, 말하자면 여왕봉처럼 뭇 남성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술집·다방의 여주인들을 그렇게 부른다. 가정주부라 하더라도 부엌보다는 밖에 나들이하는 회수가 많아지게 되면 유한 「마담」으로 승격 (?)을 한다.
재미있는 일이다. 정숙한 귀부인을 뜻하는 「마담] 이란 말이 어째서 한국에서는 정반대의 「뉘앙스」를 띠게 되었을까? 그야말로 그것은 사교장에서 춤이나 추고 멋이나 부리고 다니는 것이 불란서의 주부들이라고 착각한데서 온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서양 주부들은 거리에서 놀아나고 툭하면 이혼이나 하고 남편들 뺨이나 갈기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는 미신이 지배적이다. 서양의 영화나 소설이 유죄라고 하겠다.
향락파 멋장이로 알려져 있는 불란서의 「마담」들이지만 그들이 1주일 동안에 집에서 일하는 평균 노동 시간은 41시간에 달한다. 바느질은 12시간, 「쇼핑」은 5시간, 소제·부엌일이14시간, 기타 10시간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부지런하다기보다도 그들이 우리가 알기보다는 훨씬 가정적이라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따져 가면, 우리가 유한 「마담」의 방종을 양풍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세계의 어느 주부고 집안에 할 일이 없어 놀 아 나는 것이 미덕으로 통하는 사회란 아직 없는 것이다.
살림들이 좀 넉넉해졌는가? 그렇지 않으면 인건비가 싸서, 누구나 다 식모를 두고 사는 까닭인가? 심심하고 할 일이 없어 도박을 하기 시작한 유한 「마담」의 탈선이 가끔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판에 2백만원 돈이 왔다갔다한 가정주부 도박단이 쇠고랑을 찼다. 보석팔찌가 어울릴 그 하얀 손목에 쇠고랑은 아무래도 격에 맞지 않는 일. 한국의 주부들에겐 하나의 경종이 될 사건이라 하겠다. 한결같이 그들은 심심해서, 할 일이 없어서 도박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국민 소득 3천불대에서 생활하는 미국의 주부들도 1주 10시간의 가사 노동을 하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 가정이 그렇게 한가했던가? 새로운 「주부의 상」이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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