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나환자 집단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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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함양=박재홍기자】천형의 마을 함양군 수동면 상병리 중생원생(원장 이필선·49) 1백 27가구 3백19명의 주민들은 지난 15일 상오 4시쯤 4, 5백리 떨어진 함안·고성 등지에서 사감으로 보복하기 위해 몰려온 1백20여명의 나환자들로부터 습격을 받아 민광호(38·총무부장)씨 등 20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간부 10여명이 2시간동안 식량창고에 불법 감금당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이 소동으로 예배당·주택등 대부분이 부서지고 계란·「플래쉬」·호각 등을 빼앗겼다.

<추방당하자 보복 … 경관 동원으로 진압>
이날 습격해온 1백 20여명의 나환자들은 함안군내 예병원, 영생원, 향촌원, 그리고 고성 숭의원등 4개원에서 몰려온 자들로 미리 준비했던 죽창, 도끼, 낫, 칼, 괭이, 몽둥이 등을 들고 「파이버」까지 쓴 채 무장을 갖추고 이날 상오 4시 중생원 뒷산에 집결, 이 시각을 기해 일제히 습격했던 것.
마을을 완전 포위한 이들은 새벽에 교회종을 치러 나오는 집사 김재용(43) 이봉술(43)씨등을 몽둥이로 마구 때리고 간부들의 집을 습격, 죽창을 들이대고 마당으로 끌고나와 비밀서류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는가 하면 부녀자와 어린애들까지 닥치는 대로 때렸다. 이 때문에 부상한 주민들은 이날 하오까지 치료도 못받고 있었는데 산후 3일 밖에 안된 김둘이(24)여인은 죽창에 찔려 왼쪽 팔에 상처를 입었으며 경리부장 강신덕(42)씨는 새벽에 행방불명된 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서무부장 강삼희(42)씨는 습격해 온 4, 5명으로부터 새끼에 묶여 서류(비밀)를 내놓지 않는다고 「린치」까지 당했다. 1시간 후 교도부장 서윤석(33)씨가 탈출, 경찰(안의지서)에 신고, 함양경찰서는 인근 서부 경남(진주, 산청, 거창) 경찰서로부터 1백 50여명의 병력 동원 요청을 하는 등 한때 심상찮은 분위기에 싸여있었다. 사건 발단은 이곳 중생원에서 지난 2월 하순께 쫓겨난 백장용(42) 백정기(37)씨 등이 주동이 되어 원장 이필선 씨에 대한 보복 행위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날 이들의 요구조건은 ① 우리들의 사유재산을 돌려달라 ② 우리도 이곳에서 살도록 하라는 등이었다.
현재 중생원엔 1백27가구 3백19명이 밭 3천여평 논 80마지기를 경작, 당국의 보조를 받으며 살고 있다.
이날 하오 4시쯤 경찰은 사건진압을 위해 동원된 「트럭」으로 사건의 주모자도 가리지 않고 전부 되돌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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