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서 보상금 받아주겠다” 돈 가로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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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쟁 피해 보상금을 받아주겠다고 속여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족 등 3만여 명의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유족회) 전 간부 3명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2011년 4월 이들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한 지 2년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형택)는 1일 유족회 양모(68·여) 전 회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2010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태평양전쟁 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이나 협상을 해 보상금 2000만원을 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변호사 선임 비용과 유족회 가입비 명목으로 1인당 3만~9만원씩 3만여 명으로부터 총 15억여원을 받은 혐의다.

 양씨 등이 전국에 모집책을 두고 “전쟁 동원 희생자가 아니라도 1900~1930년에 살았던 남자면 보상받을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 양씨는 2004년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족들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소송이 일본 법정에서 패소한 것을 알고도 범행을 저질렀다. 양씨는 2008년 “유족에 대한 보상금 신청 대행을 빙자한 사기를 조심하라”는 언론 인터뷰를 한 적도 있다. 양씨 등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4일 열린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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