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간명함 - 최고의 ‘골 결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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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10보(101~107)=전보에서 이세돌 9단은 우변 대마를 백△로 두텁게 연결해 판 위에 남은 마지막 위험 요소를 없앴습니다. 실리가 월등한 건 아닙니다만 두터움에 따르는 이익으로 충분히 판을 끌어갈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겁니다.

 101부터 중앙의 얽힌 실타래가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중앙 행마는 아주 고난도 기술입니다. 수읽기는 기본이고 돌에 대한 감각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전체 형세를 읽고 그에 따라 강약을 조절하는 승부호흡이 요구되는 거죠.

 101로 ‘참고도1’ 흑1로 이을 수는 없습니다. 백2로 양쪽이 끊어지게 되면 중앙 일대의 흑 전체가 엷어져서 반격의 기회를 영영 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세돌 9단은 기다렸다는 듯이 102로 끊어 갔는데요. 이 수가 우세를 승리로 결정해 가는 최선의 수단이었습니다. 102로는 ‘참고도2’ 백1로 통째 살릴 수도 있습니다. 이후 A로 대마를 위협하는 노림수도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우세할 때 이렇게 복잡하게 두는 건 바보짓입니다. 간명하게 움직이는 것이 최선의 ‘골 결정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103은 행마의 급소지요. 천야오예는 우울한 상황 속에서도 강인하게 참고 견디며 기회를 봅니다. 104에서 이세돌 9단의 의도가 확실해졌습니다. 두 점은 잡아 가라는 겁니다. 106까지 선수하여 두 점은 잡혔습니다만 이리저리 당해 불과 몇 집 안 되는군요. 사소취대(捨小取大)의 전형을 보여주는 중앙 행마였습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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