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재미본 유통업계 올해도 신장개업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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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호황을 누린 유통업계가 올해에도 점포수를 대폭 늘리는 등 세(勢) 불리기에 나선다. 특히 할인점.편의점 업계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백화점은 롯데와 현대만이 신규 점포 개점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영토확장 불 붙는다=지난해 45개점을 새로 열었던 할인점 업계는 올해 50여개 점포를 추가한다. 신세계 이마트는 15개점을 열어 모두 57개점으로 업계 선두를 고수한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를 추격하고 있는 롯데 마그넷은 13~15개점을,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11개점을 새로 연다.

지난해 새로 생긴 점포가 1천개를 넘어선 편의점 업계는 올해 1천2백여개 점포를 출점할 계획이다.

업계 최초로 1천호점을 개점한 롯데 계열 세븐일레븐은 올해 4백50~5백여개 점포를 새로 연다. LG유통의 LG25는 2백여개, 보광 훼미리마트는 3백여개 점포를 신설할 계획이어서 전국 편의점수가 5천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점포가 2백~4백평에서 5백평 이상으로 대형화하고 있는 슈퍼마켓도 점포를 앞다퉈 신설한다. LG유통의 LG수퍼마켓은 올해 12개, 한화유통의 한화스토아는 4~5개, 해태유통의 해태슈퍼마켓은 4개점을 새로 만들어 백화점.할인점의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백화점의 신규 점포 경쟁은 주춤해졌다. 롯데백화점이 오는 2월 경남 창원점을 개점하는 것을 비롯해 모두 3개점을 새로 연다.

현대백화점은 목동점을 오는 8월 개점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남대문 본점 재개발을 제외하곤 출점 계획이 없다.

◇ 경쟁 치열한 상권은=할인점의 경우 경쟁업체가 터를 잡은 지역에 점포를 개설하는 사례가 늘면서 곳곳에서 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새로 여는 점포들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부산.대구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상권 쟁탈전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마그넷은 서울 동북부 지역에 중계점.도봉점을 열어 이마트.하나로마트 등과 경쟁을 하는 등 올해 출점이 확정된 12개점 가운데 절반이 서울.경기 지역에 몰려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인수한 해태백화점을 할인점으로 바꾸는 등 서울에만 2~3개점을 출점한다.

또 대전 둔산점은 기존의 까르푸와, 대구 칠성점.경남 창원점은 삼성 홈플러스와 상권 경쟁을 벌인다. 부산에 1개점,대구에 2개점을 두고 있는 홈플러스는 부산에 2개점, 대구에 1개점을 신설해 영남 상권에서 입지를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백화점의 경우 출점수는 적지만 대부분 상권 다툼이 치열한 지역에 들어선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서울 영등포.양천 상권을 겨냥해 오는 8월 목동점을 연다.

영등포지역에서는 롯데.신세계.경방필백화점이, 양천지역에선 행복한세상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시외버스터미널과 관공서들이 밀집해 인천의 새 중심가로 떠오르고 있는 인천 구월동엔 롯데백화점이 오는 8월 문을 연다. 이 지역엔 할인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자리를 잡고 있어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편의점 업계에서 1위를 차지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점포수에서는 세븐일레븐이 앞서지만 매출은 세븐일레븐.LG25.훼미리마트가 엇비슷한 상황이다.

연세대 이문규(경영학)교수는 "소비자의 선택 기회가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형태의 유통점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업체간 경쟁이 무리한 점포확대로 이어질 경우 유통업계는 물론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take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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