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서정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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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추 물 들이는 햇볕에
눈 맞춰 두었던 눈썹.
고향 떠난 올 때
가슴에 끓이고 왔던 눈썹.
열두자루 비수 밑에
숨기어져
살던 눈썹.
칠수를 다 녹 슬어
시궁창에 버리던 날,
삼시 세끼 굶은 날에
역력하던 너의 눈썹.
안심찮아
진유속에
박아 넣어 두었더니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삼십년만에
밝은 달아
너 어늬 골방에서
한잠도 안 자고 앉았다가
그것을 집어 내어
게와 넘어 가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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